"삶의 질이 우선"…조경 아파트 몸값 뛴다
교외 나들이 대신 단지서 웰빙생활, 분양성적도 껑충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예당마을 우미린·제일풍경채에 사는 이진영(45ㆍ가명)씨는 요즘 아파트 생활이 즐겁다. 도심 한복판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파트는 조경 면적이 전체 부지의 53%에 달한다. 단지 절반이 숲인 셈이다. 이곳은 생태연못ㆍX게임장ㆍ암벽등반ㆍ퍼팅그린 등의 조경시설을 갖춰 웬만한 리조트단지가 부럽지 않다.

이씨가 서울 강서구에서 동탄으로 이사한 것은 2008년 10월. 2년 가까이 이 아파트단지에 사는 동안 가족 간 유대감도 더 끈끈해졌다. 그는 "이사 오기 전에는 가족끼리 얼굴 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주말마다 거의 온 가족이 단지 안에서 어울린다"며 만족해 했다. 
 
▲ 조망권이나 커뮤니티시설 못지 않게 단지 조경이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008년 서울시 환경상을 수상한 서울 잠실 레이크팰리스 조경 모습이다.

단지에서 레저 즐겨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지 안에서 웰빙(well-being) 생활이 가능해진 점이다. 굳이 비싼 돈 쓰며 야외로 나가지 않아도 단지 안에서 레저ㆍ스포츠ㆍ명상ㆍ산책ㆍ텃밭가꾸기 등을 할 수 있다. 생활동선이 줄면서 입주민들의 경제적 이득도 그만큼 커졌다.

이 때문에 수요가 늘면서 조경 특화 아파트의 몸값도 강세다. 2008년 서울시 조경상을 수상한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112㎡(공급면적 기준)의 경우 매매가가 10억4000만원 선으로 송파구 내 다른 단지보다 1000만∼5000만원 가량 비싸다.

잠실동 유성공인중개사무소 김정희 사장은 "주변보다 뛰어난 조경 수준을 보고 레이크팰리스에 들어오려는 대기수요가 많아 집값이 강세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입지나 조망권 못지않게 단지 조경이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조경이 잘 된 아파트는 분양도 잘 된다. 지난해 9월 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수원 아이파크시티를 분양할 때 조경 특화 아파트라는 점을 내세워 짭짤한 재미를 봤다.

1차 1309가구에 모집에 3593명이 신청해 평균 2.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수도권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거둔 성적표라 더욱 빛이 났다. 
 
▲ 빼어난 조경으로 몸값을 높인 대구 범어동 쌍용예가 단지 조경의 야경 모습.

조경 꾸미기 업체 경쟁 불꽃

조경이 아파트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면서 업체 간 경쟁도 불꽃을 튀고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은 경기도 용인에 야외 간이골프장을 갖춘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를 내놔 화제가 됐다.

GS건설은 경기도 일산 자이 아파트 단지 안에 소나무숲길·조각분수원·자갈정원·썬베드·정글쉼터·분수공원 등의 100여개 테마 정원을 갖출 예정이다.

일산 자이 아파트 시행사인 DSD삼호의 도성수 상무는 "거주지를 고를 때 집 평수보다 삶의 질을 먼저 따지는 수요 증가로 아파트에서 차지하는 조경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샘플2
자연→건강→예술
시대 따라 바뀌는 조경
아파트 조경도 패션처럼 시대상을 반영한다. 아파트 조경에도 유행이 있다는 뜻이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조경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종전엔  아파트 조경이라면 자투리 공간에 나무 몇 그루 심어 놓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1990년대 말로 들어서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아파트단지를 돋보이는 '조연' 역할에 그쳤던 아파트 조경이 요즘엔 당당히 '주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조경의 테마도 시대마다 달라졌다. 2000년대 초 아파트 조경 설계사들의 주요 관심사 '자연'이었다. 당시는 도시 공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원주택이 유행하던 시기다. 이때 아파트 조경에도 실개천·연못·정자 등이 많이 조성됐다.

2000년 중반엔 '건강'이 조경의 관심사였다. 당시 전국을 휩쓴 웰빙 열풍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이 당시 조경에는 조깅코스·산책로·운동시설 등이 필수적으로 설치됐다.

최근에는 '예술' 조경이 강세다. 조경에 명품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외국의 유명 전문가가 조경 설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산 자이의 경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탈리아 마시모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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