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으뜸 영양, 브로콜리


어느 정도 텃밭농사 경험이 쌓이면 뭔가 새로운 작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매년 똑같은 농사만 지으면 사실 좀 따분하다. 이럴 때 시도해봄직한 작물이 녹색꽃양배추, 브로콜리다.
브로콜리는 재배가 아직 일반화 되지 않아서 시장에 가도 모를 구할 수 없다. 모부터 직접 길러서 밭에 내야 한다. 농사실력을 뽐내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다른 밭에 없는 보기 드문 채소가 쑥쑥 자라서 탐스런 꽃봉오리를 키워 올리면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갈 것이다.
브로콜리 모를 막 밭에 옮겨 심어 놓으면 “양배추 심었어?” 라거나 “어라? 케일을 인제 심어?”라고 알은 체를 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고, 또 브로콜리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처음 보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케일인 줄 알고, "야~ 케일 농사 정말 잘 됐네요.” 이러면서 덕담을 늘어놓을 지도 모른다.
모를 보고 양배추인지 케일인지 브로콜리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여러 해 농사를 지어 본 전문가가 아니면 거의 구분하기 힘들다. 브로콜리나 케일이나 양배추는 다 한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중해 동부 연안에서 말하자면 잡초에 불과했던 야생양배추는 변종을 거쳐 먼저 케일로 분화되었고, 꽃이 분화 발달해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가 되고, 잎과 줄기 및 곁눈이 발달해서 양배추와 방울다다기 양배추가 되었다. 그리고 줄기 아래 부분이 비대해지는 품종으로도 진화했는데, 이것이 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콜라비다. 중국에서 재배하는 카이란이라는 작물도 야생양배추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야생양배추의 변종으로 태어난 브로콜리가 채소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품종 발달이 이루어진 것은 19세기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브로콜리는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를 먹는 다른 채소와 달리 꽃눈덩어리를 먹는 특이한 채소다. 잎이 다 자란 다음 꽃대가 올라오면서 꽃눈이 맺혔을 때, 상추나 배추처럼 일반 채소라면 농사 다 끝났다고 갈아엎어야 할 무렵일 텐데, 바로 이 때, 꽃이 피기 직전에 꽃눈을 따 먹는 것이다. 브로콜리의 꽃눈은 하나가 자라서 크기가 커지는 형태가 아니라 작은 꽃눈이 계속 분화해서 수많은 꽃눈 덩어리를 이루는 것인데, 우리가 먹는 브로콜리는 그러니까 꽃눈 덩어리(화뢰;花蕾)라고 보면 된다.
식물체의 모든 원기가 모여 있는 꽃눈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대단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브로콜리가 가진 최대의 강점이다. 그래서 브로콜리가 가진 영양가치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은 별로 과장이 아니다.
브로콜리는 미국에서 영양가치가 뛰어난 16개 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영양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시금치, 3위는 방울다다 양배추였는데 이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사과 열매가 가진 영양성분하고 사과 잎사귀가 가진 영양성분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영양가가 높겠는가? 브로콜리와 시금치 등등을 비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공평한 비교가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브로콜리는 다른 채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영영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덧붙여서 말하자면 그램당 비타민, 카로틴, 칼륨, 칼슘 등 각종 영양 함량이 대단히 많고, 특히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다양한 항암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속속 알려지면서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브로콜리 열풍’이라고 할 만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않은 브로콜리 바람이 불기 시작한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브로콜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재배 면적도 좁고, 재배기술도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씨앗도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17세기에 들어온 고추가 그랬던 것처럼, 20세기 말에 들어온 브로콜리 역시 우리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일상식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재배법>

브로콜리가 자라는 데 알맞은 온도는 18~20도. 약간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가 좋다. 그리고 낮과 밤의 온도 차는 3도 ~ 5도 이상이 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추분 때 온도가 25도 정도이므로 이 때를 전후해서 키워내는 것이 가장 알맞다.
더위와 추위에는 강한 편이다. 그러나 기온이 25도 이상이 되거나 5도 이하가 되면 순탄하게 자라지 못 한다. 흙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한다. 습기에 약하기 때문이다. 또 건조에도 약하다. 가물 때는 꼭 물을 줘야 한다.
씨앗을 뿌려서 꽃봉오리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조생종이 70~80일, 중생종이 80~90일, 만생종은 90~100일 정도이다. 파종에서 정식까지 한달, 정식 후 꽃눈이 나오기까지 한달, 꽃눈 나와서 수확까지 한 달, 이렇게 세 달쯤 키운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을배추 키우는 것과 비슷한 리듬으로 키우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7월 중순이나 하순쯤 장마 끝나고 파종해서 8월 중하순~9월 초순쯤 정식하고 10월 중순이나 11월 초순쯤, 서리 내릴 무렵에 수확하는 재배방법이 가장 일반적인 재배 방식이다.
만약 겨울에 모를 키울 여건이 되고, 또 봄에 브로콜리를 먹고 싶다면, 고추 파종할 때 같이 파종하면 된다. 2월 하순쯤 파종하고 3월 하순이나 4월 초에 정식하면 6월에는 먹을 수 있다. 여기서는 여름파종 재배 위주로 소개한다.


*씨앗 준비
씨앗 가게에 나가서 구입한다. 봄파종용, 여름파종용, 가을파종용, 겨울파종용이 있고, 극조생종,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있다. 잘 골라서 사야 한다. 여름파종용 중생종 정도가 좋다.

*모 키우기
8월 15일 정식을 목표로 하면 7월 15일에 뿌린다. 상토를 준비하고 씨앗을 넣는 요령은 이 책에 있는 배추 육묘 요령을 참고하면 된다. 발아하는 데 가장 좋은 온도는 25도이다. 35도가 넘거나 5도 아래로 떨어지면 싹이 트지 않는다.
씨앗을 너무 깊게 넣거나 물기가 너무 많으면, 산소 부족으로 썩을 염려가 있으니까 씨앗 넣고 너무 두텁게 덮지 않는다. 1개월 정도 키우면 본잎이 4~6매가 되는데 이 때 본밭에 옮겨 심는다. 모와 모 사이 간격은 45cm정도로 한다.

*밭 준비
8월 15일 정식을 목표로, 7월 말이나 8월 초에 휴가를 조금 일찍 마치고, 하루 정도 밭에 나가서 땀 흘리면 늦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6월 20일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많은 비가 내린다. 여름 장마. 장마 들기 전에 부지런히 밭을 매준 사람은 랄라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고추를 따고 말리는 재미에 폭 빠져 있을 것이다. 오이며 호박이며 가지며 옥수수며 열매채소 따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장마가 오기 전에 미리 랄라룰루 즐거웠던 분들은, 장마 동안 무성하게 자라서 어쩌면 키를 훌쩍 넘어섰을 지도 모르는 풀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깊은 절망에 빠져있을 지도 모르겠다. 밭에 나가봐야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8월은 새로 가을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 밭을 방치했던 사람들도 뒤집기 한 판을 노려볼만 하다.
우선 풀을 재빨리 잡아버리고, 감자 캐고 비어 있는 밭 정리해서 이것저것 쌈채소 씨앗을 다시 뿌리고, 상추며 쑥갓이며 지저분하게 자라있는 것들은 다 정리해서 깔끔하게 치우고 삽질을 해서 김장거리와 브로콜리 심을 준비를 한다.
브로콜리는 거름을 많이 먹으니까 밑거름으로 퇴비를 넉넉하게 넣어야 한다. 퇴비를 쫙 펼쳤을 때 흙이 보이지 않을 만큼 두툼하게 깐다. 밑거름이 충분하면 웃거름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될 수 있는 한 많이 넣어 준다. 고토석회나 재를 구할 수 있으면 넣어주면 좋다.
그리고 가을 농사에서 중요한 게 붕소다. 브로콜리나 무우 등은 붕소결핍이 일어나기 쉽다. 붕소가 부족하면 줄기가 트고 줄기 내부가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또 꽃눈 덩어리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무우는 속이 시커멓게 되거나 바람이 잘 든다고 한다. 근처 농협 농자재상에 가면 붕소를 구입할 수 있다. 붕소는 300평에 뿌리는 양이 미숫가루 한 봉지 정도밖에 안 되는 미량요소다. 텃밭농사할 때는 한 주먹 정도를 흙과 잘 섞어서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퇴비도 뿌리고 붕소도 뿌린 다음 삽으로 갈아엎고 골을 낸다. 골과 골 사이 간격은 70cm 정도로 한다.


*가꾸기
가을 채소 가꾸기는 봄에 비하면 참 쉽다. 풀이 한 풀 꺾여서 풀 잡는데 그렇게 애를 먹지도 않는다. 다만 잎을 심하게 갉아먹는 벌레가 문제인데, 수시로 잡아주고 벌레가 먹는 것보다 빠르게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소변을 잘 모았다가 물에 타서 수시로 주면 가뭄도 타지 않고 영양결핍도 일어나지 않아 잘 자란다. 북주기도 해 주면 더욱 좋다. 풀도 잡고, 뿌리에 산소도 충분하게 공급해주고 작물이 쓰러지지도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석삼조다.
브로콜리가 자라면서 양분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가 두 번이다. 정식한 후 3~4일이면 자리를 잡고, 7~10일 정도 되면 왕성하게 뿌리를 내미는데 이때가 첫 번째고, 정식 한 후 30일쯤 되어서 꽃눈을 내미는 데 이 때가 두 번째다. 속효성 비료를 쓰면 바로 이 때에 맞춰서 양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효과가 더딘 퇴비를 준다면 필요할 때를 가늠해서 2~3일 앞당겨서 웃거름을 주면 좋겠다.
예쁘고 탐스런 꽃봉오리 딱 하나(정화뢰)만 수확하려면 꽃봉오리가 나올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 나오는 곁눈을 다 제거해주면 되는데, 이는 주로 시장에 판매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텃밭농사에서는 정화뢰도 수확하고 곁에서 나오는 곁꽃봉오리(측지화뢰)도 키워서 계속 수확하는 편이 더 좋다. 그러려면 웃거름을 자주 줘서 포기가 충분히 자랄 수 있게 해야 한다.

*거두기
브로콜리 농사는 수확기를 잡는 데 묘미가 있다. 조금 일찍 수확하면 꽃봉오리가 너무 작고, 조금 늦으면 누렇게 꽃이 피어버리고 만다. 아슬아슬하다. 수확기가 가까워 오면 잘 살펴서 때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보통 꽃봉오리 지름이 12~13cm가 됐을 때 잎줄기를 2~3개 붙여서 15~20cm 길이로 잘라서 수확한다. 꽃봉오리 자체의 온도가 높으면 수확 후 변질이 빨라지니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정화뢰 수확 후 곁가지에서 올라오는 측지화뢰는 줄기가 4cm 정도 자랐을 때 잘라서 수확한다. 꽃봉오리를 수확하고 남은 잎과 줄기 역시 먹을 수 있는데 맛도 영양도 좋다.
거둬들인 꽃봉오리는 생으로 먹거나 살짝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서 먹는 것이 영양 손실을 막는 가장 좋은 조리 방법이다. 너무 진한 양념보다는 소금, 식초 같은 천연 양념을 사용해서 브로콜리 고유의 맛을 느끼는 것이 좋다. 브로콜리는 양배추와 마찬가지로 풋내가 적고 맛도 부드러워 먹기에 좋고, 체력이나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채소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보관인데, 브로콜리는 저장성이 없는 채소로 수확 수 즉시 먹어야 한다.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맛이 유지된다.

 

참고: http://cafe.daum.net/ihgcando/G1Gh/83?docid=4081454052&q=%BA%EA%B7%CE%C4%DD%B8%AE%20%C0%E7%B9%E8%C7%CF%B1%E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