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최강 다이내믹 준중형, 뉴 아우디 A4

 

 

 

 

 

 

 



데뷔 1년 만에야 방한이 성사된 뉴 아우디 A4는 후발 주자답게 동급 최대의 차체 사이즈와 최강의 성능을 내세운다. 한결 여유로워진 차체와 그에 걸 맞는 힘을 발휘하는 신형 엔진에 아우디의 장기인 콰트로 시스템이 교묘한 비례로 어울려 다이내믹한 준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층 높아진 감성품질과 아우디 특유의 진보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 박기돈 (www.rpm9.com 편집장)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막내자리를 A3에게 넘겨준 A4가 스스로도 새로운 세대의 모델로 거듭났다. A4라는 이름을 쓴 것은 1994년부터였지만 그 뿌리는 1972년에 등장한 아우디 80까지 거슬러 올라가기에 이번 모델은 8세대째. 이번 A4가 데뷔한 것은 2007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서였으니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는 (2008년 11월 13일 출시) 꼬박 1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미국 출시도 9월에야 이루어졌으니 혼자 소외 당한 양 억울해 할 것은 없지만 기다림이 더욱 길게 느껴졌던 것은 한발 먼저 데뷔한 쿠페 버전- A5가 결국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A5는 2009년 중 국내에 출시될 예정)

이번 세대 A4의 핵심정리는 ‘후륜구동 뺨치는 비례’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아우디의 4륜구동시스템 ‘콰트로(quattro)’가 빠진 버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우디 A4는 기본적으로 앞바퀴 굴림차(FF)다. 후륜으로 구동축을 뽑아내야 하는 콰트로의 최적화(좌우대칭)를 위해 엔진은 항상 세로로 얹었기 때문에 ‘FF=가로배치 엔진’이라는 보편성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차 중 하나에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짧고 프론트 오버행이 긴 것을 보면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했다는 사실 자체는 속일 수가 없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후륜구동만을 고집해온 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와는 태생적으로 다름을, 주행에 앞서 외관상의 비례로부터도 식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후륜구동차들은 앞범퍼 끝에서 앞바퀴 차축까지의 거리인 프론트 오버행이 짧은 반면 휠베이스가 길어 스포티한 자세를 갖는다. A4는 비록 후륜구동차들처럼 엔진을 세로로 얹기는 했으나 변속기와 디퍼렌셜의 배치 관계상 앞바퀴를 앞으로 더 밀어내지 못해 FF 차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엔진이 커질수록 무게가 앞바퀴 앞쪽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A4는 혁신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을 공유한 A5를 통해 먼저 화제가 된 바와 같이 디퍼렌셜을 앞으로 밀고 클러치(토크컨버터)를 뒤로 뺌으로써 앞바퀴를 몇 보 더 전진시키고 엔진은 뒤로 후퇴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기술을 통한 진보다.

160mm나 늘어난 휠베이스는 새 A4의 가장 큰 변화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짧아진 오버행과 앞으로 치고 나간 앞바퀴의 위치를 보고 있자면 A4가 앞바퀴 굴림 기반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확신하기 어렵다. 물론 휠베이스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구형에 비하면 길이가 117mm, 폭도 54mm나 늘어난 반면 높이는 그대로라 한눈에 차가 길어지고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얼굴자체는 그다지 새로운 감이 오지 않는다. 이전 세대는 물론 다른 여러 모델들에서 다져온 패밀리룩을 채용한 덕이다. 더 넓고 낮아졌을 뿐, 싱글프레임 그릴도, 헤드램프도 윤곽은 구형과 같다. 다만 헤드램프 안쪽의 구성은 평범하지 않다. 양쪽에 각각 14개씩의 LED를 박아 낮에도 점등시킴으로써 최신의 아우디 임을 뽐내고 다닐 수 있게 한다. 이때만큼은 R8의 눈매가 부럽지 않다. 검정바탕에 은색으로 도드라지는 장식부분들은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프로젝션 램프와 깜빡이를 교묘히 아울러 각각의 점등 시에는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겸손하게 자세를 낮춘 헤드램프의 끝 단과 잔뜩 도드라진 범퍼 하단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양 옆이 튀어나온 범퍼하단은 프레데터의 턱주가리를 연상시킨다. 이에 비하면 다른 부분들이 무척 얌전하게 여겨진다. 앞 차축 높이에서 시작, 뒷 범퍼 위까지 치켜 올라가 트렁크 절개부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눈길을 끌 뿐, 어깨선이나 윈도우 하단 라인 등은 수평하게 이어지거나 오히려 더 처짐으로써 늘어난 길이를 강조한다. 뒤로 갈수록 치켜 올리는 여느 차들과 다른 인상이다. 길고 낮은 보닛으로 인해 기존의 A4를 A필러 앞부분만 잡아당겨 늘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쿠페룩’이라는 표현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사진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실물을 보고 있노라면 후석 공간 확보를 위해 뒤쪽을 세웠다는 인상을 받는다.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처럼 늘씬한 보닛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짧게 느껴지는 트렁크는 리어스포일러 일체형으로 또렷한 날을 세웠다. 눈매가 쳐진 테일램프는 LED를 쓰지 않고도 띠 모양으로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교를 부렸다. 방향지시등 부분은 사이드미러의 리피터처럼 아주 가늘게 그었는데, 급제동시에는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지고, 재출발하면 역시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범퍼의 절개선과 측면 캐릭터라인이 테일램프에서 ‘ㄷ’자로 만나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뒷범퍼 하단은 검정색으로 디퓨저 형상을 만들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는데, 아무 장식 없이 고개를 내민 두 개의 배기구가 박자를 맞춰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새 A4의 차체 크기는 길이 4,703mm, 폭 1,826mm, 전고 1,427mm로 준중형보다는 중형 쪽에 가깝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A4를 ‘중형’이라고 소개했던 아우디코리아가 지금은 오히려 ‘준중형’이라고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 공간도 넓어진 것은 물론인데, 특히 뒷좌석 공간의 확대가 두드러진다. 무릎을 세워 앉는 자세가 되긴 하나 안쪽으로 패인 뒷좌석 등받이에 기대보면 각도가 편하고 머리 위쪽도 여유롭다. 발공간만 조금 부족한 듯 하다. 센터터널이 높은데다 앞쪽 콘솔이 튀어나와있긴 하지만 가운데 자리에도 헤드레스트는 마련되어있다. 뒷좌석용 송풍구 자리를 꿰차고 들어앉은 센터콘솔 윗부분의 바구니형 수납공간은 은색테두리를 둘러친 채 시치미를 떼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 아래로는 전원소켓(라이터?)과 재떨이가 숨겨져 있다.

 

국산 준중형, 중형차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의외로 좁은 수입차들의 뒷좌석 공간이 쉽게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어쨌든 경쟁모델 대비 넉넉한 공간을 갖춘 A4는 분명한 메리트를 갖는다. 패밀리 카 등 다용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윗급으로 넘어가야 했던 이들에게 타협의 여지가 늘어난 셈이다. 6:4로 분할되는 뒷좌석 등받이는 깔끔하고 견고한 느낌으로 접힌다. 트렁크 용량도 480리터로 늘어나 동급 최대다.

차급이 무색할 만큼 묵직한 도어를 열어보면 실내 곳곳은 고급 독일 차다운 정밀함과 견고함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우디만의 디자인터치가 돋보인다. 최신의 아우디들을 통해 익숙해진 탓인지 그리 새롭다는 감흥은 없지만 막상 이전모델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고급스럽고 화려해졌는지를 깨닫게 된다. 특히 계기판 좌우와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를 아우르는 은색 패널이나 많은 조작부를 가져간 센터콘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솔직히, 뉴 A4는 신차발표회 때의 전시차보다 시승차가 더 좋게 느껴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시차에는 우드트림, 시승차에는 메탈트림이 적용되어있었던 탓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시차는 다이내믹 버전이었고, 시승차는 일반 버전이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뉴 A4는 ‘2.0 TFSI 콰트로’ 한 가지 모델인데 사양(트림)은 두 가지로 나뉘어 일반 버전(편의상 붙인 이름)과 ‘다이내믹’ 버전이 있다. 가격차이는 440만원이고, 물론 다이내믹 쪽이 상급이다. 개인적으로는 메탈트림이 더 좋다는 것이지만 이쪽은 플라스틱에 은색 페인트 처리를 한 것에 불과하니 나무에 금속 테두리까지 넣은 다이내믹의 실내 장식에 비하면 분명 아래 급이다. 주로 탄 시승차는 일반버전이었는데, 다이내믹 버전 역시 섭렵한 만큼 그 차이를 함께 적도록 하겠다.

일단, 다이내믹 버전에는 타공가죽으로 마감된 3스포크 스티어링휠이 달리지만 일반 버전의 것은 매끄러운 가죽 마감의 4스포크 타입이다. 변속패들이나 크루즈 컨트롤은 다이내믹에만 달리지만 일반 버전 역시 다기능 리모컨을 지원하고 있어 A3의 것처럼 허하지는 않다. 내비게이션은 다이내믹에만 설치되지만 센터페시아 상단의 화질 좋은 모니터나 MMI는 공용이다. 이 화면을 통해 온도조절이나 오디오 조작도 이루어진다. 다만 어느 쪽이든 변속레버 주변에 배치된 MMI 관련 버튼들 중에는 제 기능을 쓸 수 없는 것이 태반. 다이이내믹에서도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하려면 스티어링휠 왼편에 달린 별도의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데, 물론 아우디 코리아에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버튼 조작시 짧게 딸깍 거리는 아우디 특유의 느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기도 한데, 일단은 좀더 윗급의 사양을 물려받은 듯한 고급스러운 감각인 것은 사실이다. 다이얼의 질감이나 조작감도 뛰어나고, 같은 검정색 플라스틱이라도 유광으로 마감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대비를 통해 적절한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메탈룩’인 부분과 알루미늄인 부분의 대비도 마찬가지. 조명조작부와 공조조작부, MMI에서 반복되는, 다이얼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버튼들의 형상은 오클리의 디자인을 연상하게도 한다. 여기서 액센트 역할을 하는 것은 버튼마다 한 칸씩을 차지하고 있는 빨간색 조명 부분이다.

계기눈금은 왼편의 회전계와 오른편의 속도계가 모두 6시 방향에서 시작해 3시에서 끝나는 구성인데 시작부분이 수직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속도계는 80km/h까지는 한 눈금에 5km/h식 올라가지만 이후로는 10km/h씩이다. 최고시속은 280km/h까지 표기되어 있고 실제 (제한)최고속도는 그에 한참 못 미치지만, 각도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날로그 속도계 자체는 시인성이 떨어지는 듯 하지만 중앙의 액정을 통해 큼지막한 숫자로 속도를 표기해주니 불편함은 없다. 이곳 역시 그래픽이 깔끔하고 화질이 좋다.

 

스티어링휠은 –조절부가 깊숙하긴 하지만 - 각도와 거리조절이 모두 가능하다. 페달은 평범한 것으로, 다이내믹 버전이라고 해서 알루미늄 페달을 갖춘 것은 아니다. 시트는 동반석까지 12웨이 전동조절식인데 이것도 공통이다. 다만 메모리 기능은 다이내믹 버전에만 제공되며, 이를 위한 조작부는 도어트림에 별도로 위치시키고 있다. 시트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된 재봉선은 미래적인 느낌까지 준다.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지지가 잘되고, 편하기도 하다. 헤드레스트 슬라이딩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1열 시트의 히팅 기능은 무려 6단계로 조절이 가능한데, 문제는 조작방식이다. 버튼만 누르면 끝이 아니라 열선버튼을 눌러 기능선택을 한 뒤 공조장치의 실내온도조절 다이얼을 돌려 원하는 가열 단계를 선택해줘야 비로소 작동하는 것이다. 그냥 버튼을 여러 번 누르거나 열선 조절 다이얼만 돌려서 선택하면 왜 안 되는 것인지… 겉보기에 그럴듯한 통합시스템의 완성을 위한 또 다른 희생양이라 하겠다.

 
2.0 TFSI 콰트로

2.0 TFSI 콰트로 다이내믹 
 

무릎높이까지 두툼하게 일어선 센터콘솔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센터 암레스트까지 이어져 수납함을 삼키고 있다. 전동식 주차브레이크를 채용함에 따라 핸드브레이크가 차지하는 공간을 쓸모 있게 활용하고 있는데, 딱 고만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아 필기구나 핸드폰 따위를 보관하기에 좋다. 암레스트는 앞으로 잡아 뺄 수 있지만 컵홀더와의 간섭은 감안해야 한다. 변속레버 앞 부분에도 재떨이와 라이터가 숨겨져 있지만 암레스트 수납함에도 전원소켓과 AUX잭이 마련되어 있다. 다이내믹 버전에는 이 AUX대신 외부 음원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아우디 뮤직 인터페이스가 달린다. 손가락으로 당겨 작동시키는 전동 주차브레이크와 함께 아우디 홀드 어시스트(Audi Hold Assist)도 장비하고 있다. 이를 켜 놓으면 정차 중에는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고 출발 시에는 자동으로 풀리기 때문에 언덕길은 물론 평지에서도 신호대기시나 심한 정체 시에 편하게 써먹을 수 있다.

새 디자인으로 바뀐 A4의 키에는 주행거리, 다음 정비 시기, 유액 레벨(오일, 냉각수, 워셔액), 각종 전자 구성품의 상태(정상/비정상)과 같은 각종 정보가 저장된다.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자체가 스마트 키라고 할 수 있으나 흔히 말하는 것처럼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 없이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기능은 다이내믹 버전에 적용되는 ‘어드밴스드 키’만 지원한다. 다이내믹 버전용의 시동 버튼은 변속레버 옆에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고, 대시보드에 키 삽입 슬롯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일반 버전과 마찬가지이다. 슬롯에 키를 꽂은 뒤 브레이크를 밟고 가볍게 한번 눌렀다 떼주면 시동이 걸린다. 키 모양은 동일하며, 일반모델에도 바깥쪽 도어손잡이에는 키리스 엔트리를 위한 터치부분이 표시되어 있다.

 

해외사양에는 준비되어있으나 국내사양에서 빠진 뉴 A4의 사양으로는 레인 어시스트(차선 이탈 및 사각지대 감시 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헤드램프, 전방센서 및 후방카메라, 그리고 뱅앤 올룹슨 오디오를 들 수 있다. 이 사양들이 포함되었을 경우의 국내 가격은 상상하고 싶지 않거니와 이들의 부재보다는 화장거울에서 조명이 빠진 것이 더 눈에 띈다. 그밖에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ECM룸미러, 눈부심방지 사이드미러 등 왠만한 편의사양은 고루 갖추었다. 유리창은 네 개 모두 원터치로 업다운이 되고, 사이드미러의 자동접이 기능이나 오토헤드램프의 감도 등은 MMI의 세팅 메뉴에서 설정이 가능하다.

앞 차축을 154mm 전진시켜 휠베이스를 늘리고 프론트 오버행을 줄인 것은 물론 운동특성에도 변화를 주었다. 무게중심이 뒤로 이동하는 효과를 얻어 약 55:45의 무게배분을 갖게 되었으며 덩달아 스티어링 랙도 차축 앞으로 자리바꿈하여 핸들링 성능의 향상을 도모했다. 차체가 켜졌으니 무게가 늘어나야 당연하겠지만 차체무게 자체는 오히려 10%씩이 줄었다. 알루미늄 등 경량소재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다.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등 하체 쪽의 경량화도 마찬가지. 무게배분을 위해 배터리를 트렁크에 놓는 것은 후륜구동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인데, A4는 아예 임시 스페어타이어의 아래쪽 바닥 깊숙하게 배터리를 배치한 것이 특색이다.


트렁크 바닥의 스페어타이어를 제거한 모습. 커버를 열면 배터리가 들어있다. 

콰트로 역시 변화를 가졌다. 기존 A4 콰트로의 구동력 배분은 앞뒤 5:5였으나 뉴 A4는 4:6으로 뒤쪽에 힘을 더 많이 준다. 4:6은 구형에서 고성능 버전인 RS4에서만 쓰던 비율로, 후륜구동차의 운전재미를 모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한 구성을 이제는 보통의 A4 콰트로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새 A4가 다이내믹해진 성능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에 비해 엔진과 변속기는 2.0 터보와 6단 AT라는 기존의 구성 그대로이고 출력이 11마력 높아진 것뿐이어서 표면적으로는 별 재미가 없어 보인다. 폭스바겐 그룹 차량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TFSI) 엔진의 최고출력은 200ps(5,100~6,000rpm)이고, 최대토크는 28.6kgm(1,800~5,000rpm). 구형 A4도 이를 얹고 있었다. 골프GTI/EOS/티구안/TT/A3 등이 가로배치인 것과 달리 A4는 세로배치인 점이 달랐을 뿐. 이 엔진은 직분사에 의한 효율성과 터보에 의한 고출력을 내세우고 잇는 유닛으로, 이러한 조합을 쓴 것은 세계최초였다. 올해까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 상을 받고 있다니 좋은 것이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벌써 슬슬 진부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관심 있게 살펴 보면 새 A4의 엔진에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출력만 211마력으로 높아진 것이 아니라 최대토크 또한 35.7kg.m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 정도 토크면 2.0 디젤까지 뺨을 때리고 도망갈 수 있다. 동급 최강이라는 주장은 이로부터 도출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보어와 스트로크 같지만 압축비는 10.5:1에서 9.6:1로 낮춰졌다. 최대토크 발생시점은 1,500~4,200rpm으로 낮춰졌고 최고출력 역시 4,300rpm부터 6,000rpm까지 나온다. (참고로 제네시스 쿠페 2.0 터보는 6,000rpm에서 210마력으로, 2,000rpm에서 30.5kgm를 낸다. ) 여기에 물린 변속기는 친숙한 6단 팁트로닉. 6단 수동과 멀티트로닉 CVT도 있긴 하나 아직 DSG옵션은 마련되어있지 않다.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바닥까지 밟았을 때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폭발적이라거나 하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그시 밟아나갔을 때의 토크감은 유효하기 때문에 즉답식 반응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흡족하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시내주행시의 일상적인 가속은 전기차 마냥 부드럽고 조용하게 이루어진다. 일단은, 기존의 2.0 TFSI 차량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디젤차를 연상시키는 소음이 없어진 점부터 환영할 만 하다. 콰트로에 의한 저항이나 무게상승 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만, 체감상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 성능은 부족하지 않다.

 

제원상 0-100km/h 가속은 6.9초로 기존 모델의 7.7초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아우디 TT쿠페의 6.4초에는 못 미치지만 골프GTI와는 같은 성적이다. 풀 가속시의 변속 포인트는 50km/h와 90km/h로 TT와 비슷한 보폭으로 나간다. D에서 변속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스포츠모드, 오른쪽으로 밀어 앞뒤로 조작하면 수동모드에 진입하는데, 수동모드에서도 6,300rpm정도면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대신 거의 90km/h에 가까운 속도에서도 다시 시프트다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 와인딩에서의 스포츠주행 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회전수 매칭도 깔끔하고, 변속 시 ‘컥~’하고 내뱉는 소음이 은근히 자극적이다. 계기판에는 D에서도 현재 단수가 나타나는데, ‘12345..’라는 숫자가 미리 표기되었었던 기존 계기판에 비하면 현재 단수는 커녕 레인지 자체가 눈에 잘 안 띄는 편이다. 물론 초면일 경우에만 그렇다. 스티어링휠의 변속패들은 다이내믹만의 특권인데, 적어도 이번 시승에서는 부재에 따른 아쉬움을 느낄 수 없었다.

최고속도는 210km/h에서 제한되나 힘의 여유는 그 이상이다. 실제로 유럽사양 콰트로 6단 수동변속기 버전의 경우 246km/h까지 낼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는 2,000rpm을 하회하고, 80km/h에서는 1,600rpm을 가리킨다. 다만 콰트로가 발목을 잡아 국내 공인 연비는 가까스로 10.0km/리터에 턱걸이 했다. 기존 모델도 10.7km/리터로 그리 좋지는 않았다. (참고로 TT쿠페는 12.4km/리터.) 210km를 달린 일반버전의 시승 중 연비는 7km/리터였고, 695km 누적 평균 연비는 6.2km/리터였다. 콰트로에 의한 심리적 안정감과 운전재미를 2륜 구동 모델의 가격이나 유지비와 맞바꿀 것인지는 물론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것이겠다.

 

타이어는 미쉐린 PRIMACY HP이고 245/45R17사이즈를 끼웠는데 양 버전이 동일하다. ‘다이내믹’ 서스펜션 설정이 적용된 하체는 승차감을 그다지 해치지 않으면서도 와인딩에서는 부족함 없이 잘 받쳐주는 편. 기본적으로는 단단해서 작은 요철에서는 쿵쿵거리지만 큰 요철은 오히려 부드럽게 잘 타고 넘는다. 그 동안 정처 없이 방황하거나 지나치게 경쟁사를 의식한 결과물인 듯 했던 A4의 하체 세팅은 변화한 패키지와 함께 이제야 제 갈 길을 찾은 듯 하다.

시승 날은 비가 온 뒤 노면이 조금씩 말라가는 상황이었는데, 고속 와인딩에서 나름 성심 성의껏 내던져도 A4의 콰트로는 잘 받아주었다. 코너의 한계에서 속도를 높이면 서서히 오버스티어가 나타나고 곧 ESP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스포츠성향의 타이어가 아님에도 끈적한 접지력이 발휘되고 적절한 조향력에 직접적인 조향반응이 가미돼 안정감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이내믹 모델에만 적용된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Audi Drive Select)는 설정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서스펜션의 댐핑컨트롤을 종합적으로 변화시켜주는 장비. Comfort (컴포트), Auto(자동), Dynamic(다이내믹), Individual(개인맞춤형)의 4가지 운전 모드가 제공되는데, 하나의 차로 다양한 특성을 맞볼 수 있는 것이 자랑이며 이 차급에서는 드문 것이기도 하다. 특히 윗급 차량들의 경우 서스펜션 감쇄력 가변장치는 에어서스펜션과 함께 달린 경우가 많아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A4는 설정에 따른 변화가 뚜렷해 유명무실한 사양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기본 특성이 있는 만큼 컴포트라고 해서 물침대 같은 정도로 부드러워 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 버전의 하체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채 충분히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없어도 크게 아쉬울 사양은 아닌 것 같지만 하체뿐 아니라 엔진반응 등이 함께 바뀌니 매력은 있다. 선택 스위치가 CD체인저 조작부와 공조장치 조작부 사이에 놓이는데, 일반버전에서는 이 부분이 멍텅구리 스위치라 허전하게 느껴진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구형 모델은 5,260만원이었다가 올 1월에 S라인이 추가되면서 4,890만원으로 낮춰졌고, S라인의 가격이 5,260만원으로 정해졌었다. 새 아우디 A4의 2.0 TFSI 콰트로 모델은 4,850만원, 2.0 TFSI 콰트로 다이내믹 모델은 5,290만원이니 그 자체는 설득력이 충분한 가격인 셈이다. 어차피 동력성능이 같고 외관상 차별되지 않으며 실내 사양에서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일반 버전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가격 차이와 옵션 차이를 고려해보면 다이내믹 모델도 갈등의 요지는 충분히 갖고 있는 듯 하다.

<작성: 2008년 12월 5일>

'취미상식정보 > 자동차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K5  (0) 2010.06.08
2010 뉴 A5 카브리올레   (0) 2010.06.02
1104마력 덴마크슈퍼카 Zenvo ST1  (0) 2010.03.26
Mercedes-Benz E350 Coupe  (0) 2010.03.15
일본에선 개조 캠핑카가 인기  (0) 2010.02.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