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새도시 '이 편한세상'

전기차단기 등 하자 '불안'


결함인정 1심 승소 불구

건설사 전면수리 뭉그적

김상욱(가명·42·사진)씨는 2000년 경기도 일산새도시의 142㎡(43평·공급면적)짜리 '이(e)-편한세상'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동안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아파트였다. 2년6개월 뒤인 2003년 기대를 안고 입주했지만, 실망이 컸다. 무엇보다 걸핏하면 내려가는 전기차단기가 불안했다.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동시에 사용할 때면 어김없이 차단기가 내려갔다.

김씨는 아파트 시공사인 대림산업에 보수를 요청했고, 하도급업체는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도록 전력량이 큰 것으로 교체해줬다. 하지만 이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는 대신 전선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2004년 12월 한국전기안전공사에 검사를 의뢰했다. 공사는 "전선이 수용할 수 있는 전력량보다 용량이 높은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며 차단기를 원상회복하라고 했다. 건설사가 하자 보수를 해준다면서 차단기 용량만 높여, 결과적으로 화재 위험을 키운 셈이었다.

화가 난 김씨는 아파트 설계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고, 아파트 전기설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씨는 "빌트인이 돼 있는 식기세척기와 오븐이 '보조1 차단기'에 연결돼 있는데, 이곳에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세탁기 등 11개의 전기제품이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었다"며 "전자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면 전선에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계속 내려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설비를 고쳐달라는 김씨의 요구에 회사 쪽은 "김치냉장고를 방으로 옮기고, 주방 가전제품을 돌아가면서 사용하라"고 답했다.

결국 김씨는 2005년 12월 의정부지방법원에 하자보수 소송을 내고 이듬해 6월에는 전기설비 기술기준 위반 혐의로 대림산업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고소했다.

2008년 9월 법원은 "식기세척기와 에어컨을 위한 전용 전로와 차단기를 마련해주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림산업 이용구 대표이사도 검찰에 보낸 공문에서 "아파트 설계 당시 빌트인이 처음 도입되다 보니 시행착오로 전기설비 기술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설계상 결함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씨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식기세척기를 위한 차단기를 따로 마련해주겠다고 했지만, 김씨는 "현재 메인 차단기의 전력은 40암페어로, 전기설비 기술기준이 요구하는 75암페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메인 차단기의 용량을 높여달라"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김씨의 집은 소나타 정도의 사양인데, 에쿠스급 성능을 요구하면 문제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씨는 "자동차도 설계 결함이 생기면 리콜을 하는데, 아파트는 고쳐줄 수 없다는 건설사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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