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과 요리의 조화는 가히 포르쉐와 터보, 마린과 메딕,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 박지성과 히딩크, 이명박과 강만수(이… 이건 아닌가...)만큼이나 환상적인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목적이 요리 쪽으로 치중되는 경향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오토캠핑 대중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번 맛을 들이면 헤어나오기가 힘들어 한 겨울인 요즘에도 캠핑 명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겨울에 웬 캠핑?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겨울에 텐트 속에서도 따뜻하게 잘 방법이 다~ 있다. 진정한 캠퍼들은 겨울에도 주저하지 않고 자연을 향해 떠난다. 오히려 다른 계절에 비해 인파가 없어 더 깊은 운치를 느낄 수 있다나? 게다가 춥다는 핑계로 일행과 더 가까이 할 수 있고 매서운 추위가 있기에 화롯불의 따스함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도 한다. 때문에 겨울 캠핑으로 입문한 사람들은 다른 계절에 캠핑을 경험한 사람보다 더욱 심각한 매니아가 되어버린다고 할 정도다.

 

자~ 그럼 2009년 새해는 캠핑과 함께 출발해 보자. 진정한 캠퍼가 되면 쫄딱 망해서 집을 잃어도 걱정이 없고(아… 오늘따라 비유가 이상하네…) 전쟁이 나도 깊은 산속으로 숨을 수가 있잖은가? 실제로 6.25 전쟁 당시, 깊은 산 속에 사는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았다 하니, 유사시를 대비해서라도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번 호에서는 오토캠핑 입문자 여러분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각 장비들을 고르는 법에 대해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다. 입문용 장비인 만큼 되도록 전문가급 장비는 배제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두며 가장 필수이자 기초적인 내용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본 기사를 읽고 준비한다면, 적어도 장비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1. 텐트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는 기본 장비다. 텐트는 기본적으로 돔형, 캐빈형, 리빙쉘로 나뉜다. 그 중 돔형은 1-3인용 정도의 소형이 주를 이루며, 비와 바람 같은 외부의 영향에 잘 견디는 구조이므로 익스트림용으로도 많이 이용되지만, 높이가 낮고 입구가 좁아 내부의 편의성은 떨어진다. 반면, 캐빈텐트는 무겁고 설치가 힘들지만 넓고 천장도 높아 실내 거주성이 좋다. 리빙쉘의 경우는 ‘거실 텐트’로도 불리며 캠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소하게 들릴 테지만 실제 캠퍼들은 많이 이용하는 텐트다. 대형 생활 텐트와 수면을 위한 돔형 텐트가 연결된 구조로, 비와 바람, 그리고 벌레도 막아주는 편리성 덕분에 사용자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생활 텐트의 내부에는 난로, 테이블, 의자 등이 넉넉히 들어가니 집의 거실과 같고 연결된 돔형 텐트는 침실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겨울철에 리빙쉘과 난로가 갖춰지면 강추위도 두렵지 않다.

 

텐트를 구매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방수와 결로현상이다. 일반적으로는 1,500mm 정도면 방수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원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봉제선이 방수 처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주의 깊게 살펴볼 것. 결로란 텐트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이로 인해 텐트 내부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인데, 저렴한 제품일수록 물방울이 많이 맺힌다. 심할 경우 내부에 보관해둔 물품들이 홀딱 젖어버리는 수가 있다.

 

가격대는 돔형은 10만원 이하로도 꽤 쓸 만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캐빈텐트는 20만원 이상, 리빙쉘은 50만원 이상의 예산을 잡는 것이 좋다.

 

2. 침낭


침낭의 종류는 크게 머미 형(미이라 형)과 네모 형으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침낭은 머미 형을 뜻한다. 머미 형은 좁아서 다소 갑갑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보온력이 좋아 한 겨울에는 필수다. 침낭 고르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크기와 보온재다. 침낭 내부의 온기를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열원은 체온인데, 몸에 비해 침낭이 너무 크면 보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너무 작으면 불편해서 잠들기가 어렵다. 보온재는 소재에 따라 크게 거위털, 오리털, 패딩으로 분류되며 순서대로 비싸다. 당연히 거위털이 부피와 무게도 적고 보온력도 좋지만 50만원 이상의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거위털이라도 Down과 Feather의 비율에 따라 보온력과 가격 차이가 많다. Down의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력이 좋으며 가격도 비싸다. 패딩의 소재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요즘은 프리마로프트(Primaloft)소재가 인기가 많다. 습기에 강하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무게와 부피가 많이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은 10만원 이하에서도 충분히 고를 수 있을 것이다.

 

3. 바닥재

 

겨울캠핑의 성패는 바닥에 달려있다. 그 어떤 비싼 침낭이나 난방기구가 있어도 바닥이 부실하면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냉기를 막아주고 푹신한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1차적으로 텐트를 설치하기 전에 바닥에 깔아주는 방수포는, 텐트를 더럽히지 않게 해주며 습기와 물기 침입의 1차 저지선이 된다. 대형 마트에서 1-2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니 가격대비 효과로는 최고다. 그 다음 텐트 내부에 은박매트를 깐다. (이 때, 반드시 은박처리 되어있는 부분이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날씨가 추울수록 매트 위에 이불을 겹겹이 쌓아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자리용 매트를 까는데, 예민한 사람에게는 필수이지만 바닥에 이불을 많이 깔았을 경우는 생략하기도 한다.

 

4. 타프


타프는 흔히들 ‘그늘막’이라고도 부르는 제품인데, 다양한 종류의 텐트와 결합하거나 단독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타프는 밥 먹고 요리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되므로 어떻게 보면 텐트보다 더 중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타프의 주요 역할은 비와 햇빛, 그리고 나무 수액이나 낙엽 따위를 막아주는 것인데, 싸구려 제품의 경우는 방수 성능은 뛰어나도 햇빛을 막지 못해 여름이면 더위에 허덕이게 된다. 또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폴대와 팩이다. 폴대는 기둥,팩은 땅에 박아 고정시키는 큰 못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타프가 구조상 바람에 잘 날리기 때문에 폴대가 튼튼해야 하며 기본 제공되는 팩으로는 거센 바람을 버티기 힘드니 별매품으로 기본 30cm이상의 제품을 준비하기를 권장한다. 고기 먹다가 천장 날아갈 때의 난감함이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캠핑의 필수 품목인 랜턴과 버너는 사용하는 연료를 통일하는 편이 좋다. 건전지를 쓰는 랜턴은 용량으로 보나 밝기로 보나 충분치 않다. 단, 텐트 내부를 밝히는 랜턴은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건전지 랜턴을 이용하도록 한다. 연료는 부탄가스가 구하기가 가장 쉽지만 겨울이면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캠퍼들은 주로 가솔린이나 프로판가스를 연료로 이용하지만 프로판가스는 야외에서의 이용이 불법이므로 건너뛰기로 한다. 그럼 남은 것은 가솔린인데, 화력도 좋고 연료도 오래가지만 가장 큰 단점은 액체인 연료를 기화하기 위해 수십 번의 펌핑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위 연료 중 악천후에도 가장 뛰어나며 시원한 화력의 매력 덕분에 가장 많은 캠퍼들이 애용하는 연료다. 야외용 랜턴 중 가장 유명한 제품은 콜맨(Coleman)사의 노스스타(North Star)라는 제품이며 가격은 15만원 정도다.

 

6. 바비큐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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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텐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텐트가 없으면 일정을 바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하겠지만, 바비큐 그릴이 없으면 캠핑 자체를 취소해 버릴 테니까. 바비큐가 없는 캠핑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필자는 육식을 무지 좋아한다. 다음 세상엔 한 마리 사자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그런데 바비큐 그릴 선택에 있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이 기름 배출 구멍의 유무다. 배출 구멍이 없이 물을 부어 사용하는 제품은 재받침 아래 부분에 물과 기름이 혼합되어 사용 후 세척 시 애로사항이 꽃핀다. 가격대는 2-3만원대도 쓸 만하지만 오래 사용하겠다면 코베아, 콜맨, 웨버등의 제품을 눈여겨보자. 캠핑용 바비큐 그릴이라면, 다리가 길어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 정도까지 올라오는 제품이 좋겠다. 게다가 화로대로 겸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금상첨화!

 

7. 난방용품


캠퍼들이 한 겨울에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야외용 난방기구 덕분이다. (물론 아무리 추워도 텐트와 침낭만으로 버티는 사람도 있긴 하다) 아무리 방한 성능이 좋은 침낭에서 잔다 할지라도 영하 10도 이하에서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텐트가 리빙쉘이라면 화목난로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난로나 유단포가 최고다. 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단포는, 쉽게 말해 물병이다. 주로 일본에서 생산되는 유단포는, 끓는 물을 넣어 전용 헝겊 케이스나 수건에 싸서 침낭 안에 넣어두면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보통 8시간 정도는 지속되고 길게는 12시간이 넘도록 열이 유지되는 제품도 있다.

 

8. 테이블과 의자
 


테이블에는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상판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가볍고 튼튼하며 오염에 강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차가운 느낌 때문에 목재 상판 테이블을 고집하는 캠퍼도 있다. 스탠드는 크게 착탈식과 일체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착탈식은 상판과 분리되는 형태이며 수납이 편리하고 무게가 가볍다. 메인 테이블 외에 보조 테이블이나 간이 테이블이 추가로 갖춰져 있으면 별 것 아닌데도 은근히 편리하니 참고할 것.
 
의자의 경우는 보통 값싼 제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가장 고르기 까다로운 제품 중 하나가 바로 야외용 의자이다. 최근 대형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많은 제품이 강도가 약한 중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값만 보고 구입했다가는 괜한 추가 지출이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처음 살 때 지출을 아끼지 않는 편이 좋다. 1인용 의자 외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벤치형 의자도 있다.

 

9. 그 외 필요한 잡동사니


삽과 망치

 

텐트를 설치함에 있어 땅을 다듬거나 팩을 땅에 박아야 할 때 필요하다. 그 외에도 배수로를 파거나 타프를 설치하는 등, 유용하게 쓰일 곳이 많으니 되도록 차에 구비해두는 편이 좋다.

 

다용도 칼 (맥가이버 칼)

 

캠핑장에서 다용도 칼의 유용함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실제 캠핑을 하다 보면 쓰일 곳 천지다. 가장 기본적인 장비이니 꼭 챙길 것.
참고로 사진은 110가지가 넘는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120만원짜리 맥가이버칼이다. (물론 사라는 얘긴 아니다.)

 

코펠과  식기세트

 

아무리 식재료가 많아도 코펠이 없으면 무용지물. 몇 번 쓰고 버릴 생각이 아니면 알루미늄 순도 99% 경질피막 형성 제품을 권장한다. 저렴한 국산 제품도 꽤 좋은 품질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어디인가 보다는 제조국이 중국이냐 아니냐를 따지자.

 

이상 캠핑 용품에 대해 알아보았다. 카앤모델에서는 앞으로도 오토 캠핑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가족끼리 정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만한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하얀 눈에 뒤덮인 풍경을 보거나 노출 오버된 세상을 바라볼 때의 감동을 전하고 싶다.

 

이제 막 입문하는 캠퍼들에게 특히 주문하고 싶은 한 가지는, 캠핑을 준비할 때 최대한 자녀들을 참여시키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키는 것 보다는, 자녀가 호기심을 보이며 스스로 참여하고 도울 수 있도록 영리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보호의지가 지나치게 강해 “손 대지마”, “저리 비켜 있어”와 같은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는다.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수동적으로 만들고 그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이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캠핑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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