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없다. 콧물도 사라졌다. 그런데 유독 기침만은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을 보면 기침 때문에 몇 주째 고생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초부터 감기(혹은 독감) 때문에 시작된 기침이니 '감기가 오래 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래 계속되는 기침은 감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래 가는 기침이 수상하다

기침은 나쁜 것을 밖으로 빼내려는 자연스런 신체반응이다. 감기로 인한 기침 역시 마찬가지다. 감기가 나은 후에도 기침이 계속된다는 것은 몸 어딘가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는 '신호'다.
 
감기는 보통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또 감기로 인한 기침은 길어야 3주안에 멈춘다. 그 이상 지속된다면 감기가 합병증으로 이어졌거나 전혀 다른 질병이 생긴 것이다.

통상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기침'으로 분류한다. 만성기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절반가량은 '후비루 증후군' 때문이다.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사람에서 잘 생긴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며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이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환자들은 '목이 간질간질하고 무엇인가 목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목이 간지러워 '흠흠'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자는 동안이나 이른 아침, 술ㆍ담배를 많이 한 다음 날 증상이 심하다.

후비루 증후군은 감기약으로 낫지 않는다. 병원을 찾아 원인을 제거해야 증상이 좋아진다. 후비루 증후군의 원인이 비염이라면 비염 치료를 하는 식이다. 증상을 완화하려면 주변이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물을 자주 마셔 가래를 묽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흡연자는 만성기관지염 의심해야

만성기관지염은 좀 더 심한 경우다. 보통 2달 정도 가래가 있는 기침이 계속될 경우 만성기관지염일 가능성이 높다. 만성기침의 5∼10%가 여기에 해당한다. 만성기관지염이 생기면 염증성 분비물로 인해 기침신경이 자극돼 기침이 나온다.

만성기관지염은 흡연이나 대기오염, 나쁜 작업환경 등으로 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2달 넘게 기침이 계속된다는 것은 만성기관지염 외에도 또 다른 위중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으니 반드시 검사를 받도록 한다. 이런 질병은 시간이 지날 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만성기침과 함께 속쓰림이나 신물이 올라오는 느낌이 있다면 역류성 식도염일 수 있다. 누워있을 때 증상이 심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취침 시 머리를 10cm 정도 높게 해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잠자기 2시간 전부터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하며,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적당한 약물치료를 받도록 한다.

가래 없이 마른 기침만 나오면 '기침형 천식'일 가능성도 있다. 기침형 천식은 숨이 찬 증상이나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일반적인 천식 증세가 없이 기침만 나오는 경우다.
 
◆고령자 만성기침 특히 주의해야

만성기침을 앓는 흡연자가 갑자기 살이 빠진다면 폐암의 증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고 호흡곤란, 미열도 폐암의 신호일 수 있다. 다만 이런 전형적인 증상 없이도 폐암이 생길 수 있으니 정기적인 검사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한다.

전신쇠약감, 식은 땀, 미열 등이 동반되면 결핵을 의심할 수 있다. 다만 폐암이나 결핵 등은 증상이 모호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침 양상이 관찰된다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고령자의 경우 단순감기가 폐렴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감기에 걸린 것으로 보이면서 가슴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전신쇠약감이 심해지는 경우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

노약자가 만성기침을 호소한다면 보호자는 반드시 폐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폐렴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노약자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호자가 의사의 도움 없이 단순감기와 폐렴을 구분하기는 어려우니 만성기침 등 조금이라도 폐렴 가능성이 발견되면 즉각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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