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CT촬영을 위해 투여하는 '조영제'에 과민반응을 일으켜 환자가 사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가 늘고 있지만 의사의 지시없이 촬영기사가 조영제를 투여하는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홍 모(7)군은 지난 1월 새벽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홍군은 가족들과 함께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의료진은 급성 충수염(맹장염)이 의심된다며 조영제를 투여한 뒤 복부CT를 촬영했다.

하지만 불과 10여분 뒤 홍군의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고, 이어 홍군은 경기를 일으켰다. 병원 측은 급히 홍군을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온몸은 이미 푸른빛으로 변한 뒤였다. 홍군은 다음날 새벽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결과 홍군의 사인은 조영제에 대한 급성 과민반응 쇼크, ‘아나필락시스양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군의 아버지는 “조영제 투여 직후 CT실에서 부작용이 일어났는데도 촬영기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당시 의사가 곁에 없어 응급조치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또 “홍군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는데도 조영제에 대한 사전검사 등을 하지 않아 외아들이 숨졌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홍군의 CT촬영을 담당했던 병원 직원은 경찰조사에서 “의사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관행적으로 촬영기사가 조영제를 투여하고 촬영에 대해 판단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 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 혐의를 조사해 의사 2명과 CT촬영기사 등 모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관계자는 “사건이 조사 중이여서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조영제 부작용 간과해서는 안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 조영제인 ‘울트라비스트’의 부작용 신고건수는 지난 2007년 112건으로 자체신고 의약품 가운데 1위를 차지했으며, 이와 함께 조영제인 ‘옴니파큐’(82건, 2위)와 ‘제네틱스’(55건, 5위)도 상위권에 자리했다.

서울대학교 알레르기 내과의 박흥우 교수는 “환자나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CT촬영기사들도 조영제의 부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조영제 검사를 받은 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유해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0.02~0.04%로 낮지만 CT나 건강검진 등 전 세계에서 해마다 5천만 건 이상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실제 사고 발생 건수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 또 “이전 검사에서 얼굴이 붓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경우에는 다음 번 검사에서 더 심한 유해반응을 경험할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아진다”며 “특히 심각한 알레르기 질환이나 천식,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조영제는 컴퓨터단층(CT)촬영 같은 방사선 검사 때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의약품으로, 관상동맥 등 혈관 조영술과 요로 조영술, 색전술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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