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치매 걸린 새

 

(젊은 날에 꿈을 펼치지 못한 치매 걸린 장애인가족을 돌보며..)

 

 

                                                     글/ 예인박미선[생활재활교사]

 

2006년 7월 12일 온 세상이 뜨겁고 강렬한 태양빛이 창가를 타고 나의 얼굴을 비취고 있었다. 그 강렬함에 실눈을 뜨고 부시시 눈을 비비고 잠이 덜 깨어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재훈의 “사랑합니다” 란 핸드폰의 벨소리가 내 귓전에 시끄럽게 멤 돌았다.

어제 야근을 하여 잠깐 낮잠을 자다가 한낮의 더위에 잠을 깨어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간에 나의 단잠을 깨는 사람이 누구지?”

 

핸드폰 액정에 뜬 번호는 김 팀장님의 번호였다. 무슨일일까? 이 시간에 전화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인데 잠깐 받기를 망설였다. 휴일인데 또 일이 생기면 일처리 하러 나가기가 싫었기에 나의 망설임은 잠깐... 혹시 급한 일이면...핸드폰을 받았다.

“팀장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나의 생각은 적중하였다.

 

“네, 박 선생님 반에 한명의 원생이 입소해서요” 그분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려고요. 일단 그의 장애상태는 뇌병변1급이지만 양호하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요, 그럼 씻고 있다가 가서 뵙지요.” 그래도 새 가족이 입소했다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기에 몸은 어제 야근했기에 천근만근 더위와 함께 무거워 그대로 다시 눕고 싶은 생각이 컸지만 그래도 그 유혹을 이긴 채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그래도 새 가족과 첫 만남인데 부시시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내 나름대로 예쁘게 화장을 한다.

 

야근했기에 이제 40대가 내일모래인 나이에 피부가 따라주지를 못한다. 화장이 곱게 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꾸며본다. 나름대로 옷도 신경 써서 입고 출근을 했다. 나의 첫 이미지를 새로 입소한 가족에게 좋게 심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근무처였던 신망애ooo 믿음2층 믿음 4반의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연 순간 나의 기대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장애상태가 양호하다는 팀장님 말씀만 굳게 믿고 왔는데 팀장님 말씀과는 전혀 달랐다. 새까만 얼굴에 빼빼하게 마른 얼굴, 빼빼한 다리에 휠체어를 의지해서 다녀야한다고 한다.

 

대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하기에 나는 방에 앉아서 상담을 했다.

이름은 이 기현(가명), 나이는 49세 슬하에 자녀는 딸 하나 친척 집에다 맡기고 온 상태였고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사랑하던 부인은 사고가 난 뒤 아직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버거운 어린 딸아이와 그를 혼자 남기고 떠나 버렸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먼 그의 과거를 회상해 보는 듯하였다.

 

다른 이야기와는 달리 그의 눈에는 어느새 굵은 이슬이 두 눈가에 맺혀 울먹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그의 마음에서는 사랑하는 부인을 못 떠나보내고 있는 듯하였다. 또한 어린 딸아이를 친척집에다 맡기고 온 것이 마음이 못내 아린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02년 건설업에서 종사를 했다는데 일을 하다가 건설현장에서 미끄러져 낙상하여 뇌출혈로 수술을 했지만 회복이 안 되었다는 것이었다. 현재 폐렴도 앓고 있는 상태라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 보기 가여울 정도로 이렇게 빼빼 하게 마른이유는 무엇입니까? 질문했더니 임의시설에서 기거를 했는데 잘 못 드시어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했었고 그 병원에서 가망 없다고 진단이 내렸지만 그래도 기적같이 살았다고 한다.

 병원 측에선 그가 적응을 잘 못했던 임의 시설로 다시 기현씨를 보낼 수 없기에 시청에 의뢰하여 신망애ooo을 소개해 주어 우리 시설로 입소하였다고 한다.

대화 도중에 중간 중간 기억을 더듬어서 대화를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고 학력도 고등학교까지 나왔기에 글도 알고 숫자의 개념과 돈의 개념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이기현씨와의 첫 만남은 시작 되었다.

일단 뇌병변1급이란 진단을 받아 이곳에 입소되었지만 뇌를 다쳤기에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외과에 정확한 진료를 위하여 의무실에 있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예약을 하였다. 예약날짜 날에 진료를 받고 왔다. 진료 결과를 간호사 선생님께 물었더니 파킨스병 이란 병명으로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진단을 내렸다 한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팔 다리 떨림증, 근육 경직, 몸동작이 느려지는 운동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치매 등 비운동성 장애를 유발하는 만성 진행성 신경 퇴행 질병이다. 이 병은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여야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 병을 악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물리치료실 선생님과 상의하여 물리치료를 받게 했다. 물리치료실에 다니면서 운동으로는 평행봉 잡고 걷기 운동을 하여 다리의 힘을 키워서 혼자 걸을 수 있으면 하는 소망에 운동을 시켰다. 그리고 작업치료 중 콩을 병에 담기, 퍼즐 맞추기, 블록 모양 맞추기를 하게하여 손의 떨림 증상을 관찰하며 손에 근육강화와 뇌 활동에 도움 되는 운동을 시켰다. 이렇듯 물리치료는 잘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일상생활이 문제였다. 입소하고 첫날에는 대변을 그냥 바지에 실수하였다. 기현씨가 안보이기에 무엇하시나 찾아보았더니 화장실에서 혼자 대변처리를 해야겠다고 온 화장실 바닥에 대변을 칠해 놓았다. 그것으로 부족하였다. 밤에는 잠을 잘 안주무시고 환청도 들리신다. “친구가 부른다”고 새벽에도 밖으로 나가시려 한다. 그러는 행동 때문에 야근을 서는 선생님들은 초비상이다. 잠시도 눈을 돌릴 수 가 없었다.

 

한번은 야근선생님이 각방 순회를 하는데 기현씨가 안 보이는 것이다. 어디에 있을까... 램프길과 각방을 찾는데 없었다.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고 급한 마음에 헐레벌떡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고 있는데 두 번째 계단코너에서 한 손에 휠체어를 붙들고 서 있었다 한다. 어떻게 힘이 없는 한손으로 그 무거운 휠체어를 끌고 또 한손으로는 계단 손잡이를 잡고 그곳까지 내려갔는지 지금도 알 수 가 없다. 그 뒤로 기현씨의 손은 초능력손이라 불려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가 밤에 야근자들을 힘들게 하는 행동들은 더 이어졌다. 밤잠을 안자고 소변통에 소변을 받아 다른 가족들이 자는 이불에 뿌리는 행동을 하지를 않나, 아니면 이불과 바지에 흔건히 실수를 하지 않나 야근자들은 기현씨 때문에 늘 비상이다. 그러하기에 시간에 맞추어 소변지도를 해야 했다. 또한 그것도 모자라 그는 밤에 안자고 옷장서랍을 다 열어 잘 정돈된 옷가지들을 다 흩트려 놓는 행동을 했다. 기현씨의 행동들은 파킨슨병 증상 중에 치매의 증상이 아주 강하게 나타났다. 밤에 나타나는 증상 때분에 진료를 받은 후 밤에는 신경안정제가 투약 되었다.

 

첫 만남 때 보여 졌던 그의 모습들은 어디로 간대 없고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아주 정상인 같이 말했다가 또 횡설수설하지를 않나 담임선생 이름을 가르쳐 주면 금방 기억했다가 다른 선생님 이름을 말하지를 않나... 다른 행동들은 그래도 담임으로서 행동수정 하려고 노력하여 어느 정도 수정되었는데 욕설하는 부분에선 제일 수정하기가 힘들었다. 쌍시옷 들어가는 욕설은 보통이었고 특히 직원 선생님들 중에 나를 제일 어리고 만만하게 보았는지 제일 많은 욕설을 들었고 남자선생님들보다는 여선생님들에게 더 욕설을 많이 했다.

 

한번은 걸레 대를 이용하여 방걸레질을 하는데 “방을 닦아야 하기에 옆으로 좀 옮겨 주세요” 라고 하니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욕설을 하면서 걸레대로 나를 때리려는 행동을 하여 나는 안 맞으려고 걸레 대를 붙들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다른 반에 남자 선생님이 오셔서 그 상황을 종료 시켰던 적이 있다. 난 온몸에 기운이 없고 맥이 풀려 그 자리에 그냥주저 앉고 말았다. 이렇듯 나와 기현씨의 승부 없는 일상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는 관계로 나의 몸무게는 3키로나 빠졌다.

 

나는 힘든 이 일들이 빨리 해결 되고자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빨리 이 힘든 기현씨와 관계가 평화의 관계가 되어서 서로 사랑으로 평안의 생활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 병을 회복시켜 주소서”라고... 그러던 어느 날 나의기도를 하나님께서는 들어 주셨다. 나의 침묵어린 깊이만큼 나의 기도는 힘들어했던 먹구름을 거둬주시고 태풍의 비바람을 잠재웠다. 조금씩 먹구름 속에서 희망의 햇살이 비춰지기 시작했고, 그의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과 찬양이 들어가면서 거칠었던 행동들은 조금씩 순한 양과 같이 온순해 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햇살이 밝게 개인 어느 날, 청록 빛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면서 기현씨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이제 나도 일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며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마음이 아팠다. "더 퇴행되어져 가는 증상에 어떤 희망을 줄까..." 그저 나는 아무말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그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치매로 인해 시달린 행동들을 기억해 볼 때, 한 마리의 치매 걸린 새처럼 그가 보여 지면서 그동안의 행동들과 걸어온 그의 인생을 회상해 보았다.

그의 행동 중에는 늘 심심하여 식당 식탁에서 냅킨을 가져다가 그것을 한장 한장 쌓아 놓는 일을 하였고 열심히 방 한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냅킨 한장 한장 세면서, 그동안의 지나온 세월들과 기억들을 되 내이고 있었다. 그 나름대로의 무엇인가를 세고 있었는데 오늘도 열심히 하얀 냅킨을 한쪽 방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한장 한장 세월을 세고 있다.

 

그 무엇인가를 쌓아가고 있었고, 아마도 나의 생각엔 한창 비상하며 날아야할 인생을 세월이 못내 아쉬운 듯 꺽어진 한쪽 날개를 쓰다듬으며 녹음 짙게 내린 먼 산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행복했던 젊은 날을 기억하며 노래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둥지를 틀며 행복한 초록의 잎사귀에 희망을 물어다 날랐던 그 시절, 생각지 못했던 지붕위에서의 추락 뇌 손상으로 수술 후에 완치 못하고 젊은 나이에 치매증상이 어인 말인가... 사랑스런 어미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새끼 새는 포악해진 아비새의 횡포에 빈 둥지만 남기고 떠나 버렸기에...

 

빈 둥지를 코가 썩어버릴 것 같은 알콜 냄새로 채워갔고 결국 그 종말은 알콜 냄새와 포르말린냄새가 배어 있는 하얀 가운의 두려움을 주는 철창 없는 둥지...

이제 그곳도 아름다운 노래를 주지 못하고 포악해지고 깃털 다 빠진 볼품없는 새를 버렸다. 그래도 그를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의 한껏 날아보지 못한 꿈을 불쌍히 여기셨고, 날지 못한 꿈을 펼쳐 주기위하여 물 좋고 산 좋은 아름다움과 녹음이 우거진 포근한 사랑이 깃 들여 있는 주황색 아름다운 둥지를 주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였고 그의 생활은 변화 되었다. 그의 얼굴에는 순수함과 평안이 있는 아가의 배냇 웃음과 함께 신이 창조한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이제 그의 유일한 비상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워커에 그의 몸을 의지해 하얀 냅킨 위에 그의 못 펼친 꿈을 담고 한 장 한 장 잃어버렸던 행복한 기억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치매라는 병 앞에 굴하지 않으며 하얀 냅킨 위에 지친날개를 접지 않고 활짝 펼쳐 그의 꿈을 쌓아가고 있다.

 

이제 내가 그에게 해 줄 일은 이 희망을 잃지 않고 지친 날개를 활짝 펴서 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상할 수 있게, 그에게 필요한 참 섬김과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섬김과 사랑하는 것이다. 섬기고 베푸는 참사랑... 크고 거창하고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것, 힘을 주는 말 한마디, 작은 배려 등이 세상을 밝게 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 된다.

 

살아 숨 쉬는 동안, 지치지 않고 섬기고 베풀며 참사랑하며 사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고 싶다. 그 목적을 위하여 나는 지치지 않고 “나의 사랑이 필요한 곳이라면 저 하늘의 떠 있는 별까지라도 새가 되어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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