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핸드폰 속 글귀 전 29살에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입니다. 고등학교 무렵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와 부모님의 별거로 23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벌써 7년째 저희 집의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어요. 아버지는 살아보려고 안 해보신 게 없을 정도고요. 지금은 퀵서비스를 하고 계십니다. 퀵서비스라는 게 그렇잖아요. 위험하고 빨리 배달해야 하고... 제가 아는 것만도 네 번 사고가 나셨어요. 그때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빠 지금 며칠 일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 잘 챙겨드리고 잘 지내고 있어." 몇 주 후에 만나보면 어김없이 얼굴과 팔에 긁힌 상처... 속에서 서러움과 뜨거운 것이 울컥 솟지만 참아요, 저는...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이었어요. 큰맘 먹고 브랜드 옷가게에 가서 티셔츠를 보았는데, 몇 천원 차이에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남들은 몇 십 만원씩 주고 옷 사서 입는데 나는 아버지 생신선물인데도 몇 천원에 고민을 하다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몇 해 째 아버지께 제대로 된 선물하나 못 사드렸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엔 제일 싼 거로 샀습니다. 그날 저녁, 동생과 함께 식당 앞에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어요. 낡고 여기저기 쭈그러진 아버지의 오토바이... 맘이 아픈 걸 잠시 참고 저희 셋은 맛있게 고기를 먹었습니다. 생신축하도 드리고 선물도 드렸더니 너무 좋으신지 계속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아버지가 한입 싸주신 고기를 입에서 오물오물 거리면서 식탁 위에 있던 아버지 핸드폰의 액정을 무심코 봤어요. 액정에 써있던 글귀... "그만 가고 싶다" 숨이 턱 하고 막혔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면서, 많이 힘드셨구나... 많은 빚에, 자식에... 매일 다치고 그 연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얼마나 지치고 힘드셨으면 액정에 그런 글을 남기셨을까... 그날 아버지 앞에서 모르는 척 웃으면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것을 참느라 저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늘도 우리 부모님은 나를 위해서 죽고 싶은 거, 힘든 거, 서러운 거, 억울한 거 꾹꾹 참아가면서 자식에게 피해 안주려고 바득바득 살고 계십니다. 이런 내 마음을 전할곳이 없어서 이렇게 새벽밭 편지님들에게 전하니 가슴이 조금은 트이는듯 합니다. 저, 이제 마구 웃으면서 살 겁니다. 정말 사는 게 힘들어도, 죽고 싶어도 우리 부모님 빚 다 갚아드리고 살 겁니다. - 저녁빗방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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