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상가 내의 점포 하나를 분양받았다. 그런데 김씨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A분양회사는 상가 내의 모든 점포를 미리 B시행회사로부터 분양받은 후 김씨에게 재분양을 하는 것이었다.

한편 B회사는 A회사에게 분양을 해 준 것과 관련하여 미리 관할 행정기관에 입주자모집신고를 해 주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고발조치를 당한 상태였다.

김씨는 전매차익을 예상하고 A회사로부터 위 점포를 분양받은 것인데, A회사는 위 점포를 1억 3천만원에 최초 분양받은 후, 김씨에게는 다시 2억 7천만원에 전매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씨는 A분양회사가 소유자로서의 분양자인지, 최초의 수분양자로서 본인에게 전매를 하는 것인지에 따라 위와 같은 가격으로 A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B시행회사로부터 변칙적으로 사전 분양받아 전매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기망에 의한 것이라고 하면서 위 점포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 등 지급한 금원 모두를 반환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주장은 타당할까.

주택법에 의하면 주택 또는 그에 부수하는 상가 등 복리시설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는 경우에는 시장 등 관할 행정청의 승인 또는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복리시설 중 근린생활시설 및 유치원 등 일반에게 공급하는 복리시설의 입주자를 모집하는 경우에는 입주자 모집 5일 전까지 신고하면 된다. 이를 게을리 하는 경우 사업주체인 B회사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만다.

그런데 실제 분양하는 과정에서는 사업주체인 B회사가 상가 전체를 사전 신고없이 A회사에게 최초분양을 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아마도 B회사로서는 형사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라도 초기 투자비용을 미리 회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경우 보통 A회사는 B회사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까지는 지급하고, 다만 잔금은 입점지정일까지 납부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A회사는 입점지정일 이전에 다시 전매분양을 통하여 지급하지 아니한 잔금 및 전매차익에 해당하는 금원을 회수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므로 김씨와 같은 일반 분양자들은 분양계약서상 계약당사자로서는 여전히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B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되는 것인데, 여기에서 김씨와 같이 만일 A회사가 B회사로부터 분양을 받은 최초의 수분양자로서 본인에게 전매를 하는 것이었음을 알았다면 최초 분양가격의 2배가 넘은 가액으로 A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이다. A회사가 소유자가 아닌 최초 수분양자로서 다시 전매를 한 경우를 알았다면 그 최초 수분양가액을 모를 수는 없는 것이고, 그에 따라 상당한 금원을 할인받아 분양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사기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항변이다.

과연 A회사는 자기네 회사가 B회사로부터 최초분양을 받아 김씨에게 전매분양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대법원 2009다86000) 즉 상가를 포함한 부동산의 분양계약은 기본적으로 매매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분양계약에서 분양자인 A회사의 주된 의무는 보통의 매도인과 마찬가지로 상가(또는 점포)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 및 점유를 김씨에게 이전하여 주면 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 반대로 김씨가 속았다고 주장하는 제반 사정들, 요컨대 A회사가 B회사로부터 최초 분양을 받아 다시 김씨 본인에게 매도하여 전매이익을 얻는 사항이라든지 최초 분양가액이 얼마인지 등은 김씨 스스로 수집하여 판단‧결정할 사항이라고 보게 된다.

위와 같은 배경에는 투자는 자기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고, 김씨가 2억 7천만원에 매입한 것은 그 가격에 살만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스스로 분양가액에 동의한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므로 A회사가 김씨가 전매이익을 노리고 분양을 받으려는 것을 알면서도 김씨로 하여금 전매이익의 발생 여부나 그 액에 관하여 거래관념상 용납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잘못 판단하게 함으로써 분양계약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 이상, A회사는 최초분양인지, 전매분양인지를 포함하여 김씨의 전매이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잇는 사항들에 관하여서까지 알려주어야 할 신의측상 고지의무는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김씨를 포함한 일반분양자들이 전매이익을 위하여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반사항에 대하여 꼼꼼히 챙기는 것은 각자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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