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내기 전 잠깐만! 마음부터 추스르세요
한겨레
» ‘제2의 조승희 사건’을 막기 위해선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대화를 나누는 ‘비폭력대화’가 필수적이다. 사진은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소통과 관계를 위한 비폭력대화 /

①가정에서의 비폭력대화
②학교에서의 비폭력대화

‘비폭력대화’(NVC:Nonviolent Communication)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대화방법으로 미국의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1960년대 이래 주창해온 개념이다. 인간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자비로운 마음’ ‘연민의 마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관찰, 느낌, 욕구, 요청의 4단계 모델을 제시한다. <함께하는 교육>에서는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가정과 학교 공간에서도 비폭력대화가 절실히 요청된다는 판단에 따라 2회에 걸쳐 특별기고를 싣는다.

버지니아 참사를 듣고 우리는 경악했고 모두 의견들이 있었다. 그러나 6개월 뒤 아니면 2년 뒤에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없어지지 않는 게 있다. 조승희를 만들어낸 조건과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화가 없는 가정이 많다. 대화가 있다 해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아니라 비난·비판·강요·명령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힘들고, 외롭다. 또 경제적인 축적을 성공으로 보면서 가족이 같이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정의 행복을 희생한다. 각 개인의 진실, 꿈, 그리고 자기만이 이 세상에 가지고 온 특별한 선물을 알아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각각 다른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이 세상에 기여하는 것보다 사회적 지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강요당하는 아이들은 혼돈스럽고 절망한다. 자신의 진실보다도 남이 어떻게 볼까를 더 의식하면서 살도록 프로그램당하는 아이들은 분노를 느끼고 그것을 안에 눌러 둔다.

청소년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대학생의 반이 자살을 생각한다. 아이들과 근사하게 찍은 가족사진 뒤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조승희들’이 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평화와 안전함과 무조건적 사랑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밖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편하게 엄마, 아빠와 나눌 수 있으면 많은 비극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각자가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하는 데 나에게는 비폭력대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추궁·강요·명령만 듣고 자란 아이
침묵하거나 분노만 쌓아가
부모의 대화방식 훈련이 중요




‘비폭력대화’는 우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우울하거나 화가 났을 때 자기공감으로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게 필요하다. 화가 난 상태에서의 말이나 행동은 대부분 우리보다 힘없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려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고통을 배가시킨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자신과의 내면의 대화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관찰·느낌·욕구/필요·부탁 등 4가지 접근법을 통해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에게 수학을 98점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틀 뒤 엄마가 시험지를 받아보니 78점이었다고 하자. 부모의 반응은 “너 왜 거짓말 했어?”거나 “어떤 인간이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너 때문에 엄마가 속상해 죽겠다” 등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시작하면 아이들은 겁을 낸다. 이 상황에서 엄마는 먼저 자기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비폭력대화를 할 수 있다. 처음에 상황을 접하면(관찰), 화가 나고 혼내 주고 싶은 마음만 들지만(느낌), 아이가 정직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욕구), 어떤 말이라도 정직하게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는(부탁) 방식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공감이 없다면 힘든 일이다. 이 ‘자기공감 프로세스’는 어느 정도 연습을 하면 순간순간 할 수 있게 된다. 비난·추궁·강요·명령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은 이 경우 대개 침묵을 하거나 변명을 하려 할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속으로 화가 나서 짜증을 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우선 자신의 마음이 정리 된 뒤 자기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다음 대화처럼 아이 얘기를 먼저 들어 주는 게 도움이 된다.

비폭력 대화의 예

엄마: 점수가 이렇게 나왔을 때 실망스러웠니? 걱정됐어? (아이의 느낌을 알아주기)

아이: 응. 엄마는 점수가 잘 안 나오면 항상 나를 야단치고 벌주잖아.

엄마: 음. 그러니까 너는 벌 받지 않고 좀 편하고 싶었어?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욕구를 알아주기)

아이: 응.

엄마: 그런데 엄마는 또 우리가 서로 무슨 말을 하면 서로 믿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힘든 일 있을 때 엄마한테 와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건 어떻게 생각해?

아이: 그런데 엄마는 항상 혼내려고만 하잖아.

엄마: 그래서 엄마하고 말하는 게 재미없었구나. 그걸 엄마가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너도 얼마나 힘든지. (아이 느낌/욕구 알아주기)

아이: 응.

서로의 느낌과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공감대가 형성돼야 다른 문제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쪽의 느낌이나 욕구를 더 중요시하거나 그 쪽만 들어 주는 게 아니라 양쪽의 욕구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둘 다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 해결방안은 둘 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지켜질 확률이 높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 과정에 아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 주는 일이다.

» 캐서린 한 / 한국NVC센터 대표 겸 비폭력대화센터(CNVC) 본부 이사
비폭력대화가 일상화한다면 비난과 비판, 강요와 명령, 경쟁에 찌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사랑을 주고받을 마음이 열릴 것이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가족관계에서 사랑과 이해와 연민으로 깊게 연결되는 관계의 변화를 경험하기를 희망한다.

캐서린 한 / 한국NVC센터 대표 겸 비폭력대화센터(CNVC) 본부 이사

출처 : 삼일구동기
글쓴이 : 제우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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