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서재
책을 읽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 한권을 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보통 책 한권을 읽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느냐 마느냐 차이가 있겠으나 단순히 인기소설이나 유행하는 자서전은 제외하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보통 인문학 도서나 혹은 고전소설을 읽게 되면 분명히 그 책을 읽음으로서 다른 책들을 계속 이어가야 흐름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닥터 지바고란 소설과 영화가 있다고 치자, 그 작품은 지금이야 명작이 되어버린 고전 소설과 영화다. 하지만 그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역사와 사건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1917년 러시아혁명과 러시아내전, 스탈린의 독재정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내용의 깊이를 향유하지 힘들 것이란 점이다. 그저 소설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 책에서 보이는 작가의 정신세계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혹은 그 시대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들어가 있다. 그 시대적 배경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거기에 대한 작가는 어떻게 여겼는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작가 역시 인간이므로 자기의 이성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지와 사랑과 데미안을 저술한 헤르만 헤세의 경우 그의 책을 처음 읽는 순간 프리드리히 니체가 생각났다.
나중에 그 책을 다 읽은 후에 후기를 보니 그는 실제로 니체를 열심히 보고 심취했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작가가 의도한 그 세계와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그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책의 매력이면서도 큰 짐이기도 하다. 1권이 책이 세상을 살아가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사람들 중에서 책을 통해 책을 알아가는 것은 또 어떤 이야기와 방향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최근에 본인이 계속 어느 특정인물을 추모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그는 분명히 우리 시대의 지식인이었으며, 정치가였다.
이번에 내가 읽은 서적은 <노무현의 서재>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적인 안목이 넓었으나 그가 처한 정치적 약세와 언론과 여론의 견제에 많은 타격을 입었다. <노무현의 서재>에서도 언급하다시피 “노무현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5년 동안 별로 행복하지 못했다.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극복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한 참여정부는 보수 세력이 득세하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 속에서 비주류에 속한 정부였다. 노무현 역시 우리 사회의 주류와 다투는 비주류, 마이너리그의 삶은 산 사람이었다. 반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거대 기업, 거대 언론사, 거대 연구소, 법원, 검찰, 강남, 서울대, 학술원을 비롯한 각종 학회, 라이온스클럽, 로터리클럽, JC(청년회의소), 등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하고 있었다.”
라는 내용처럼 그의 대통령 생활은 단순히 옆에서 보면 한심할 지경이었으나, 막상 그 실상을 알고 보면 한심한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목을 물고 늘어지는 한국의 고질병들이었다. 겉으로 뭔가 단순하고 무식한 말투를 내뱉는 그이지만, 막상 그가 가진 사고와 판단력을 생각해서는 그런 사고를 가지는 것은 한심하다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의 서재>를 읽기 전에 이미 <진보의 미래>를 읽어보았는데, 그 책에서 그가 인용한 도서나 철학자 그리고 내용은 보통 사람으로서 기대하기도 어려운 책이었다. 그의 독서량은 기본적으로 철학에서 시작되는 고전부터 시작하여 현대 사회과학, 경제학 도서까지 파고들었다.
특히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공학도가 아닌 법대나 정치학 전공자란 한계로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노무현의 경우 과학과 기술에 대해 중시했고, 특히 공학적 기술력을 중시했다. 과학기술력의 발전은 여러모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정치에 기술관료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자원이 모자라며, 물과 공기와 같은 자연환경 역시 위기에 처해지는 것을 알았다. 그런 점들을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나, 그런 행동적 주체는 과학과 기술이란 점이다.
물론 이 책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런 인력을 위한 인프라 조성만 다루는 것만은 아니다. 시민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정치적 안목을 매우 중시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어느 누구를 지지하거나 따르는 것으로나, 또는 어느 특정인물은 반대하고 무조건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으로 지식인 내지 양심적인 인간이라고 외치는 것이다. 물론 정말 그렇게 반대하고 거부해야 하는 인물은 있다. 독재정치나 폭력정치를 하는 정치가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일어나서 투쟁하는 것도 좋으나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의식을 깨우치는 방법밖에 없다. 국민과 시민은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어떻게 보자면 대중인 mass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는 시민 즉 people은 무엇인가? 시민이란 정치적인 안목과 판단력이 가지고 있어서 그 사회의 정치적 지도자로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올바른 안목으로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선별하고, 그들이 바른 정치를 하는지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려면 시민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이다. 그 정답은 좋은 독서라는 점이다. 참고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계기는 여러 가지이나 최고의 계기는 그의 정치적 팬클럽인 노사모와 더불어 인터넷 매체였다. 그가 2000년 부산 북·강서(을)에서 패배 직후 그의 안타까운 소식과 더불어 인터넷에서 이미 그는 많은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정치적인 인맥이 없다. 비주류 속에 비주류였던 그는 처음 자기 당내 대선경선에서 후보로 결정되었는데, 멀쩡한 사무실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 누구도 제대로 그에게 지원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은 일반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여도 인터넷은 정보로서 가치가 높아도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책이라고 했다. 인터넷이란 공간은 너무 유동적이고 정보가 너무 넘쳐 흘러내리기 때문에 도리어 올바른 정보나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되고 와류되는 것이 더 쉽게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바르고 틀리고를 외부의 영향이 아니라 자신의 관찰에서 볼 수 있는 점이다.
현재의 시점과 과거의 흐름,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은 끊임없이 보고 연구해야할 사항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이 들어간 좋은 책들이다. 노무현의 서재에서는 노무현이 추천하던 책을 위주로 정리한 도서이다. 나는 반드시 노무현이 좋아서든 혹은 싫어서든 이 책을 권하라고 싶지는 않다. 단지 정말 자신이 시민으로서 올바른 지식과 판단력이 있다고 자부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노무현이 아낀 도서에 대한 소개와 노무현의 입장을 대비하는데, 노무현의 입장은 안 보더라도 그 책들에 읽어 보고 판단함은 좋다.
왜냐하면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과 서적들은 세계적인 석학들이고, 상당히 수준 높은 서적들이기 때문이다. 제레미 리프킨과 같은 세계적 사회학자 및 경제학자를 비롯해 앤서니 기든스와 같은 사람들은 세계 정치흐름과 사회, 경제흐름을 아주 잘 관찰해내고 있으며, 이들의 책에서 오늘 날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 것인지를 잘 나타내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도서가 아니라도 21세기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토대로 자연환경도시인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매우 놀라운 내용이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환경공학을 전공했기에 환경 관련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환경적인 문제에 대한 내용은 언제나 접촉하는 내용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구 에너지 고갈과 수질오염과 수자원고갈로 인한 사막화 현상과 식수문제, 에너지 극단화로 통한 빈곤의 문제는 계속 우리가 풀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가 대통령재임 시절에 환경문제를 생각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 내지 친환경자동차를 추진하려고 한 것을 알았는데, 대기업의 압력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그 반대였지만, 지금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값은 계속 오르고, 석유에너지의 사용은 대기오염을 증감하고 있고, 대기오염으로 인해 비가 내리면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먹는물과 식량이 손실을 준다. 환경이란 것들은 계속 돌고 도는 하나의 생태계시스템이므로 전체적인 안목과 더불어 그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안목이 없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쿠바의 식량문제와 의약품 문제,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을 오로지 자연에 순응하여 얻은 성과품인 것이다.
오로지 파괴만을 일삼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계속 낭비하는 현대사회의 이기적인 합리주의는 양극화와 더불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인 문제에 대해 말하기는 쉬워도 그것에 대한 하나의 구조나 체계, 그리고 거기에 대한 원인과 문제, 앞으로 대처해야할 과제나 방법에 대해서는 상당히 취약하다. 시민들이 갖추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가이다. 뭐든지 정치인들이 위임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그런 문제를 공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야 하며, 그것이 현실에 적용될 경우 서로 그 문제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물론 이런 판단에서 그의 생각을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제는 동조조차 할 수 없는 세계에 가있지만, 그에 대한 반대와 비판에서 그런 반대와 비판 역시 올바른 판단력과 객관적인 논리로서 대하자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비판 역시 새로운 대안과 길을 창출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길조차도 역시 올바른 지식과 양심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여 노무현의 서재에 들어있는 책의 양은 새 발의 피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참고하여 정책적 영역에 도움을 준 서적을 읽기 위해서는 그 책을 읽을 능력과 수준까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그 책들을 읽으면 그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책들이 또한 제시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1. 정치사회
가.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 울리히 백 지음 / 정일준 옮김 / 새물결
나.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조셉 S. 나이 엮음 / 임걸진 외 옮김 / 굿인포메이션
다. 제3의 길 / 엔서니 기든스 지음 / 한상진 외 옮김 / 생각의 나무
라. 노동의 미래 / 엔서니 기든스 지음 / 신광영 옮김
마. 시장인가? 정부인가? / 김승옥 지음 / 부키
바. 유러피언 드림 / 제레미 리프킨 지음 / 이원기 옮김 / 민음사
사. 주식회사 장선군 / 양병무 지음 / 21세기북스
아.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 배기찬 지음 / 워즈담하우스
자.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 외 지음 / 이종태 엮음 / 부키
차. 국가의 역할 / 장하준 지음 / 황해선, 이종태 옮김 / 부키
타. 대한민국 개조론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파. 대통령 보고서 / 노무현대통령 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 엮음 / 워즈덤하우스
하. 이제는 단신 차례요. Mr. 브라운 / 엔서니 기든스 지음 / 김연각 옮김 / 인간사랑
거. 디케의 눈 / 금태섭 지음 / 궁리
너. 유엔미래보고서 / 박영숙 외 지음 / 교보문고
더.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2. 경제, 경영
가. 변화관리 / 존 코티 외 지음 / 현대경제연구원 옮기 / 21세기북스
나. 소유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지음 / 이희재 옮김 / 민음사
다. 체인지 몬스터 / 지나 다이엘 덕 지음 / 보스턴컨설팅그룹 옮김 / 더난츨판사
라. 수소 혁명 / 제레미 리프킨 지음 / 이진수 옮김 / 민음사
마.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 오영교 지음 / 더난출판사
바. 생태도서 아바나의 탄생 / 요시다 타로 지음 / 안철환 옮김 / 들녘(코기토)
사. 블루오션 전략 / 김위찬 외 지음 / 강헤구 옮김 / 교보문고
아.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 / 국민 경제자문회의 엮음 / 교보문고
자.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 제임스 맥그리그 빈스 지음 / 조중빈 옮김 / 지식의 날개
차.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 / 댄 코헨 지음 / 존 코터 감수 / 유영만 옮김 / 김영사
타.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엮음 / 한스미디어
파.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 / 존 코터, 댄 코헨 지음 / 김기웅, 김성수 옮김 / 김영사
하. 슈퍼 자본주의 / 로버트 라이시 지음 / 형선호 옮김 / 김영사
거. 사회정책의 제3의 길 / 양세진 외 지음 / 백산서당
3. 역사, 문화
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이덕일 지음 / 김영사
나. 콜럼버스에서 룰라까지 / 송기도 지음 / 개마고원
다. 칼의 노래 / 김훈 지음 / 생각의 나무
라.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빌 브라이슨 지음 / 이덕환 옮김 / 까치
마. 일본제국흥망사 / 이창위 지음 / 궁리
4. 그 외
가. 괭이부리말 아이들 / 김중미 지음 / 송진헌 그림 / 창작과 비평사
나. 까치집 사람들 / 정시아 지음 / 토우
다. 그늘이 더 따뜻하다 / 정시아 지음 / 토우
라.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 / 조기숙 지음 / 지식공장소
마. 대한민국 교육 40년 /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엮음 / 한스미디어
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펜 슬레이터 지음 / 조중영 옮김 / 에코의 서재
사. 생각의 오류 / 토머스 카다 지음 / 박윤정 옮김/ 열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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