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


법정 스님/문학의 숲


  1. 책과 저자


  스님께서는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사미계1)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옮겨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 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가 되던 해에 통도사에서 비구계2)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인연 이야기』『오두막 편지』『물소리 바람소리』『무소유』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3),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一期一會4)는 법정 스님의 법문을 기록한 책으로 2009년 4월19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 2003년 5월8일 부처님 오신 날 법문까지 43편을 싣고 있으며,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깨우침의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적한 삶을 누리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다. 종교를 초월하여 삶의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2. 책의 줄거리


  남의 책을 요약하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큰 스님의 법문을 요약하기란 더더욱 그렇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꽃은 우연히 피지 않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꽃이 피고 지는 것 같지만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의 그 배후에는 인고의 세월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참고 견딘 세월이 받쳐 줍니다. 모진 추위와 더위, 혹심한 가뭄과 장마, 이런 악 조건에서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온 나무와 풀들만이 시절인연을 만나서 참고 견뎌 온 그 세월을 꽃으로 혹은 잎으로 펼쳐 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꽃과 잎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꽃이나 잎을 구경만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은 어떤 꽃과 잎을 피우고 있는지 이런 기회에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을 열어 보입니다.

  외부조건만 가지고 행복과 불행을 평가 할 수 없습니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살 줄 모르면 불행하고, 적게 가졌으면서도 살 줄 알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적인 상황이나 조건에만 있지 않고 내적인 수용, 즉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한번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입니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에 단 한번의 인연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막막한 고통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습니다. 흐린 날이 있으면 반드시 맑은 날이 있듯이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유동적입니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늘 변합니다. 외부적인 상황도 변하고 자기 내면적인 상황도 변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늘 변합니다. 어제는 죽고 싶어 하지만 오늘은 살고 싶어 합니다.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합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며 순간순간 새로워지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나 자신을 향상 시킬 수 있어야 새롭게 눈이 열리고, 또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는 기량이 갖추어 집니다. 내 인생의 금고에 어떤 것을 축척했는가? 이렇게 점검한다면 하루하루의 삶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생각을 어떻게 내는가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내 마음이고 내가 하는 생각이지만 삶을 통해 그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갖는가가 중요 합니다. 생각을 밝게 가지면 내 삶이 밝아지고, 한 순간 무엇인가에 휩쓸려 생각을 어둡게 가지면 내 삶이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집니다. 마음은 먼데서 찾아지지 않습니다. 바로 내 안에 늘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밖에서 찾고, 다른 대상에서 찾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몸은 유기체인 동시에 껍데기이지 알맹이가 아닙니다. 콩깍지와 콩은 다릅니다. 이 육체는 콩깍지 같은 것으로 덧없고 무상합니다. 세월의 비바람에 바라져 갑니다. 그러나 콩은 세월의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늘 새로운 싹인 생명력을 지닙니다. 그 콩깍지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태어 날 수 있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우주의 에너지 같은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해가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인식은 살아가는 데 근원적인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너무 삭막한 나머지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어디에든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도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합니다. 자기 삶을 가꾸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가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삶이 아름다워 집니다.

  자는 시간을 줄이십시오. 우리가 한평생 60년을 산다면 20년은 잠으로 보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시간의 잔고는 많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이것은 시간의 부피입니다. 시간의 알맹이를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남보다 몇 곱을 살 수 있고 형편없이 잘못 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잠자는 시간은 휴식이기도 하지만 한도를 넘으면 죽은 시간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 인생이 그 만큼 알찬 삶은 누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3. 책을 읽고


  큰 스님의 법문을 읽고 어떻게 평을 하고 느낌을 말 할 수 있겠는가. 법문자체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개인의 삶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간다.’는 말씀만은 새기고자 한다.

  종교를 떠나 한번쯤 읽어 보면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자기 존재에 깊은 물음을 던져 봄도 좋을 듯하다.


1) 사미(沙彌)는 범어(梵語)로 우리말로는 '쉬고 자비한다(息慈)'는 말로 ‘나쁜 짓을 쉬고 자비를 행한다.’는 뜻이다. 세간에 물드는 짓은 쉬고 중생을 자비로 제도한다는 것이다. 또 '부지런히 힘쓴다.'는 말도 되고, '열반을 구한다.'는 말도 된다.


2) 불가에서 인정받는 승려가 되기 위한 최종 관문으로 비구계(남자 승려), 비구니계(여자 승려)가 있다.


3) 최초로 성립된 불교의 경전이다. 소승경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방불교에서 매우 중요시 하는 불경이다. 이 경전은 누구 한 사람의 의지로 인하여 쓰인 것이 아니고 부처의 설법을 부처 사후에 제자들이 모여 운문 형식으로 모음집을 구성한 이후 전래되어 왔다고 한다.


4)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