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트리파크 홈페이지 : http://www.beartreepark.com/

 

사슴이 뛰어놀고 반달곰을 풀어놓은 공원이 있다고 한다. 꽃이 좋고 나무가 좋고 동물이 좋아 개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공원으로, 규모는 10만여 평이 넘는다니 상상이 가지 않았다. 45년 만에 공개를 결심했다는 말에 더욱 궁금해져 숨겨져 있던 숲, 베어트리 파크에 가장 먼저 다녀왔다.


베어트리 파크는 전 LG그룹 고문인 송파 이재연 회장이 일평생 일군 곳으로, 주말마다 가꾸고 보살핀 수목원이다. 1963년 경기도 의왕시에 수목원 ‘송파원’을 개원한 것이 베어트리 파크의 시작. 일본, 유럽으로 다니며 배운 양란 조직배양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으며 꽃창포와 수련 재배, 소나무 분재 등에서 전문가 반열에 올라 직접 1천여 종 40만여 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 수백 마리의 비단잉어와 반달곰, 꽃사슴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꾸고 길러왔다.
그리고 드디어 45년 만인 2009년 5월 11월 오픈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베어트리 파크 
동물이 있는 수목원
 

서울에서 1시간 20분 정도 달려 충청남도 연기군 베어트리 파크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게이트 하우스는, 정적이고 조용한 식물원 대신 놀이공원에 온 듯 한층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베어트리 파크가 여타의 식물원과 가장 차별화된 것은 특별한 꽃도 귀하다는 나무도 아닌, 수목원에 동물을 함께 두었다는 점이다. 수목원에 갈 때마다 가슴도 코도 시원해지긴 하지만 팔딱팔딱 뛰는 그 무언가가 없어 돌아가는 길이 허전하곤 했는데,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오색연못 안의 잉어떼를 보면서 지금까지의 수목원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오색연못 위로 떠 있는 붉은 다리에 올라서자 5백여 마리의 비단잉어떼가 사람들이 서 있는 다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먹이 줄 것을 알고 있는지 어른 팔뚝만 한 커다란 잉어들이 입을 뻐끔거리며 몰려드는데, 정말 물 반 고기 반으로 이런 장관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다리를 건너 돌아 나오면 동양적인 다리와는 대조적으로 스페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웰컴 하우스가 나타난다. 레스토랑과 세미나실, 다목적 룸, 파우더 룸 등이 마련되어 있는 이 웰컴 하우스 내부의 웅장한 대리석 계단을 올라 2층 밖으로 나서자 드디어 베어트리 정원과 마주할 수 있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꽃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

우선 화려하고 다양한 꽃과 나무의 색에 감탄이 나왔고, 자세히 보니 좌우 양쪽 정원이 같은 모양이다. 베어트리 정원이 베어트리 파크의 딱 중앙부이기 때문에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양쪽 대형을 데칼코마니하듯 똑같이 가드닝했다고 한다. 소나무 폭포와 꽃밭으로 둘러싸인 이 정원에는 대통령들이 식수할 때나 사용한다는 그 귀한 금송과 독일의 가문비나무 등이 있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키운 뒤 이곳으로 옮겨와 지금의 크기가 되었다고 한다. 겨울에는 가문비나무에 점등을 해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드디어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고대하던 동물들이 있는 곳에 들어선 것. 우선 애완동물원이라고 하여 아기 반달곰 3마리가 뒹구는 우리가 보였다. 우리 바로 앞에 설 수 있어 동물원보다 훨씬 가까워 손을 뻗으면 만질 것만 같았다. 가이드에게 건빵을 나눠 받고 우리에 둘러서자 먹이를 달라는 것처럼 아기곰들이 두 발로 걸어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우리 앞에 바짝 다가섰다. 배를 보여주고 뒤집고 사람처럼 앉아 있는 모습이 만화에서 보던 그 귀여운 모습 그대로. 아기곰 우리 바로 옆에는 화려한 공작새와 잉꼬, 원앙새 등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우리가 있었다. 동물원처럼 사방이 막힌 우리가 아닌 윗부분이 뚫려 있어 사람이 다니는 길가나 근처 공원 건물에 앉아 있는 모습은 정말 새로웠다.

세계 최초의 곰 테마 공원

수백 마리가 있다는 반달곰 동산에 도착하니 곰들이 어찌나 많은지 까맣게 보일 지경이었다. 스스로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커다란 반달곰의 모습도 보였다. 40년 전 지인에게 얻은 한 쌍으로 시작한 반달곰은 1년에 4마리씩 출산하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 지금은 수백여 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중간에 중국이나 미국 등지에서 데려온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번식력이다.
계단부터 바닥까지 곰들이 사람처럼 눕거나 앉아 있었다. 곰들이 앉아 있는 순서가 그들의 서열이라고 하는데 의외인 것은 제일 싸움을 잘하는 곰들이 맨 아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쳇바퀴 돌리고 있는 곰을 가리키며 “훈련시키신 건가요?”라고 물으니, 절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했다. 힘이 약해서 쳇바퀴를 돌리며 체력을 보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운동 삼아, 재미 삼아 하는 팔자 늘어지는 곰들의 소일거리라는 것. 여담이지만 베어트리 파크에 살고 있는 곰들에게는 웅담이 없다고 한다. 이 웅담이라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생기는 것인데 세상 걱정 없고 밀렵꾼들 걱정할 일 없으니 스트레스 같은 건 아예 없다는 것. 건빵을 던져주어도 정말 코앞이 아니면 귀찮아서인지 그냥 보고 있기도 하고 아예 사람이 귀찮다는 듯 돌아눕기도 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안달이 나서 곰에게 건빵을 던져주며 봐달라고 애를 쓰는 게 우스웠다.
곰 조각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새총 곰 가족 이야기’라는 새총을 쏘는 곰 가족의 동화를 기초로 꾸민 곰 조각공원으로 조각과 조경에 약 20억원 정도를 들였다고 한다. 곰 조각공원 바로 옆에는 비단잉어 중에서도 가장 품종이 우수하다는 홍백잉어가 노니는, 소나무가 파도친다는 뜻의 송파정이 있었다. 연못의 수심이 얕아 정자에 앉아 못 속을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맨발로 걷고 싶은 길

이제 2/3 정도 보았을까. 걸음을 재촉해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1백50여 종의 야생화가 있는 야생화 동산은 우리나라 산천에 서식하는 야생화를 모두 모아둔 산책로. 길 옆으로 끝없이 늘어진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오랜만에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숲 아래까지 자라 있는 야생화를 구경하며 내려오니 어느새 열대 식물원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익숙한 유리 온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했더니 제주도에 갔을 때 보았던 여미지 식물원의 초대원장이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고 한다. 식물원을 돌아 나오니 진흙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수련원이 내려다보였는데, 마치 영국식 정원을 축약해서 만들어놓은 것처럼 멋스러웠다. 열대 식물원과 수련원 외에도 여름 내내 꽃이 핀다는 아이리스원과 하트 모양의 사랑초가 맞이하는 수십 그루의 명품 분재와 희귀 수석이 조화를 이룬 분재원 등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식물이 베어트리 파크 내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2천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는 베어트리 파크의 대표적인 실내 온실 ‘만경비원’은 들어서면서부터 입이 쩍 벌어졌다. 일반 수목원과 달리 어디 먼 행성에서 가져오기라도 한 듯 오묘한 모양의 식물들이 들어차 있었다. 고무나무 분재 동산, 나무가 화석이 되어 굳어진 목화석 등 한국 산수 조경과 열대 조경이 두 층에 걸쳐 갤러리처럼 분위기 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향나무 길을 산책했다. 80~1백 년 된 향나무 산책로를 걷다 보면 향나무와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우리 몸을 치유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향나무 길을 돌아 나오니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웰컴 하우스에 도착해 있었다. 베어트리 정원부터 마지막 향나무 길까지 넓은 원을 그리며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든 투어 경로가 재미있었다.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투어를 마친 후 웰컴 하우스 내 레스토랑에서 베어트리 파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석쇠에 바로 구워 먹는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두툼하고 연한 살코기를 베어트리 정원을 바라보며 먹는 맛은 일품. 하지만 베어트리 파크 내에 일체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상태에서 마늘빵 5천원, 음료 2천원, 스테이크 2만9천원이나 하는 가격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웰컴 하우스에는 곰과 관련된 기념품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교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집에 돌아가기 전이나 가이드를 기다리며 여유 시간이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핸드메이드 전문가의 지도로 재료 고르기부터 커팅까지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다. 휴대전화 고리, 시계부터 제법 복잡한 오르골까지 직접 원하는 모양의 곰돌이 스티커를 골라 제작할 수 있다. 15~20분 정도 소요되며 가격은 3천~1만2천원 선이다.

 문의  041-866-7766 l www.beartreepark.com/  l 충청남도 연기군 전동면 송성리 l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된 1번 국도변에 위치. 서울에서 약 1시간 20분 소요 l 입장료 평일 어른 9천원, 어린이 6천원. 주말, 공휴일 어른 1만원, 어린이 6천원.ㅣ관람 시간 5~8월 오전 9시~오후 8시, 3~4월, 9~10월 오전 9시~오후 7시, 11~12월 오전 9시~오후 6시. 2시간마다 가이드의 안내로 베어트리 파크를 관람 가능ㅣ회원 가입 1년에 10만원으로 본인 외 직계 가족 3인 무료 입장이 가능. 웰컴 레스토랑, 베어트리 카페, 베어트리 숍, 화원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