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광화문 총격전이 지난주는 뜸만 들이다 끝난 후 어제 방송이 됐습니다. 그런데 뜸을 너무 들이다 밥이 탔나요? 소문난 잔치 정말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큽니다. 북한 AK-47 3,000발을 쐈다고 하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영상, 음성 모두 떨어집니다. 촬영 당일 비가 오는 등 여건이 불비했다고는 하지만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촬영한 것치고는 ‘안습’ 그 자체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했다기 보다 촬영과 편집에 허점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연결도 잘 안됩니다. 이것 저것 촬영을 한 후 급하게 화면을 연결만 해놓은 듯 합니다. 총격전 화면도 풀샷보다 근접샷이 대부분입니다. 풀샷을 찍기는 했어도 마음에 드는 화면이 없는 것입니다.

어제 17회는 광화문 총격전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려는 북한 테러팀을 맞아 김현준, 김선화가 막는 총격전입니다. 김현준은 비상한 기억력으로 광화문을 경유하는 K915 버스에서 핵폭탄을 발견합니다. 북한 테러팀은 핵폭탄이 터지지 않자 직접 핵폭탄과 함께 자폭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왔습니다. 북한테러팀이 핵배낭을 들고 버스에서 나오는 김현준, 김선화를 발견하자, 본격적인 총격전이 시작됩니다. '아, 정말 볼만한 장면이겠구나'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블록버스터 드라마라고 하며 해외로 수출도 한다고 하는데, 광화문 총격전 장면은 다시 편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수출한다면 망신만 당할 것입니다.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니까요. 총격전 신은 약 11분간 방송됐는데 그냥 보고 넘어가려고 해도 허점이 너무 많아 몇 가지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먼저 김현준과 김선화가 핵폭탄이 든 배낭을 들고 도망가는데 테러팀 캡(장동직)이 발견한 후 두 사람의 시야를 가리던 시민을 먼저 죽입니다. 총에 맞고 시민이 쓰러지자, 현준은 뒤를 돌아보고 도망을 가는데, 왜 일직선상으로 도망을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테러팀 캡이 시민을 쏴 죽인 후 바로 김현준을 사살할 수 있는데, 김현준은 불사신인지 총에 맞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이라 이해는 하지만 최소한 옆에 세워진 차량 사이로 은폐(이거 군대용어까지 나오네요)하면서 도망가는 게 기본 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장면이 한번이 아닙니다. 한창 총격전이 벌어지던중 김현준은 ‘여기는 내가 버틸테니까 뒤로 빠져!’ 하면서 김선화와 최승희를 먼저 도망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승희, 김선화가 도망갈 때 역시 테러팀 캡의 사정거리이고, 그것도 일직선상으로 도망을 갑니다. 김선화는 북한 호위부 공작원, 최승희는 NSS요원인데, 제대로 교육을 받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리스 제작진은 전부 공익근무 요원들인가요? 총격전 장면을 찍으려면 군 관계자나 경찰청 테러팀 자문을 받고 찍던가요.

핵폭탄 기폭장치는 무선으로 폭파되도록 설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NSS 양미정이 광화문 일대 통신망을 모두 차단해 놓았습니다. 통신망이 차단되자 광화문에 있던 모든 시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들고 통화가 안된다며 당황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같은 시간(오후 5시 어간)에 광화문 일대 시민들이 모두 핸드폰을 들고 어디 단체 통화할 일이 있었나요? 그런데 이보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광화문 일대가 통신 불능 지역인데 테러범 차량의 DMB에서 어떻게 현장 화면이 뉴스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광화문 일대에 전파가 차단되어 현장 중계화면을 전파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촬영한 화면을 졸속 편집한 것도 눈에 많이 띄는데요. 이병헌이 테러팀 차량에 달린 수류탄을 총으로 쏘자 차량이 폭발합니다. 이병헌이 수류탄쪽으로 사격을 할 때는 낮이었는데 차량이 폭발하던 시점은 밤입니다. 그러니까 차량이 터지는 장면은 비쥬얼을 생각해 밤에 찍은 것 같고, 여기에 낮에 찍은 수류탄 화면을 엮어 방송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병헌은 어떻게 총으로 수류탄을 정확히 터트렸을까요? 이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이 방송후 궁금해 하는데, 그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현준은 테러범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쓰러진 테러범에게 가서 AK 자동소총과 수류탄 등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수류탄 하나를 차량 뒷좌석에 놓고 그중 하나는 안전핀을 뽑아 창문에 끼워 놓습니다. (수류탄은 안전핀을 뽑은 후 초후에 터지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안전핀을 뽑아도 클립이 분리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터지지 않습니다.) 이병헌은 수류탄을 설치해놓고 바로 피신합니다. 도망가는 현준을 따라 테러팀이 수류탄이 설치된 차량쪽으로 접근합니다. 김현준은 수류탄이 끼워져 있던 차량 유리를 총으로 쏘아 창유리가 깨지게 합니다. 창유리에 끼워져있던 수류탄은 차량 뒷좌석으로 떨어지면서 클립이 분리돼고 수초후에 폭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뒤 따라오던 태영 등 테러팀이 거의 다 즉사하고, 캡만 살아서 끝까지 저항하다 경찰 특공대의 난사를 받고 장렬히 죽습니다.


김태희는 어떻게 해서 광화문에 나타난 것인지 깜짝 놀랐습니다. 뭐 그 과정은 어찌 어찌해서로 이해한다고 넘어갑니다. 김현준과 김선화가 AK 소총의 탄창집을 교환하는 사이 테러범이 두 사람을 총으로 위협합니다. 꼼짝없이 현준과 선화가 죽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테러범이 누군의 총을 맞고 죽습니다. 김태희가 쏜 것인데, 사격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김태희가 나타나자, 테러팀 캡은 김태희를 쏘라고 합니다. 그러자 김현준은 빨리 자기쪽으로 오라고 하는데,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은폐 엄페는 하나도 되지 않은 채 뛰어옵니다.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테러팀이 김태희를 명중시키지 못하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불과 10여분의 총격전 화면을 만들기 위해  출연배우들과 수많은 엑스트라가 비가 오는 가운데 12시간 이상을 고생했습니다. 서울을 알린다며 교통이 가장 복잡한 광화문 광장에서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촬영을 했습니다. 또한 광화문 총격전이 블록버스터 드라마 이름에 맞게 말 그대로 생방송을 방불케 할 정도로 멋진 장면이 연출됐다고 홍보도 했습니다. 방송 전부터 쏟아진 자랑에 시청자들의 기대는 정말 컸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홍보와는 달랐습니다. 서울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요? 그러면 서울의 어떤 것을 홍보하려 했는지요? 세종대왕? 광화문의 복잡한 교통상황? 어제 광화문 총격전을 보니 서울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기보다 시청자들을 낚기 위한 홍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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