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복용前 열내려…"건강하면 일반독감 수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이상현 기자 = 최근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회적으로 `집단패닉' 현상을 불러일으킨 신종플루는 실제 걸리면 얼마나 고통을 겪게 될까.

연합뉴스가 1일 어린 자녀나 본인이 신종플루를 앓다 회복했다는 시민 4명을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미플루를 먹기 전에 자연스레 열이 내리는 등 일반적인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신종플루를 `공포의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 일각의 막연한 두려움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기우라는 사실이 경험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는 얘기다.

서울 왕십리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45)씨는 지난달 26일 밤 식겁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이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고 열이 38도 넘게 끓었던 것.

인근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이씨 딸처럼 독감을 앓는 어린 환자들로 북새통이었고 이씨는 4시간을 안절부절 기다린 끝에 겨우 의사를 만나 확진검사를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학교를 쉬게 하고 약을 먹였더니 딸의 증상은 금세 호전됐다. 나흘 뒤 '신종플루 감염'이란 결과가 통보될 때에는 이미 열과 기침 등 증상이 없어진 상태였고 다른 가족에게 병이 전염되지도 않았다.

이씨는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찜찜했지만, 아이가 평소 건강했기 때문인지 단순 독감과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원 도모(44)씨의 사연도 비슷했다. 지난달 24일 9살 딸이 두통과 발열을 호소해 병원에 갔지만 신종플루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며 일반 감기약만 받았다.

이후 감염 확진 결과가 나와 타미플루를 받았지만, 딸은 이미 열이 내리고 목의 통증만 조금 호소하는 상태였다.

도씨는 "혹시 몰라 타미플루를 다 먹였고 며칠 뒤엔 외출도 시켰다"며 "어린이 사망자 얘기도 있어 많이 놀랐지만 생각만큼 정도가 심하지가 않았다"고 웃었다.

8살 자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대학교 직원 김모(42)씨도 "발열이 시작된 지 4일 만에 타미플루를 받았지만 이미 약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자연치유가 됐다"며 "아이가 기초 체력이 있고 간호만 잘해준다면 겁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병 자체보다 주변의 편견이 더 괴로웠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 직장을 닷새 쉬웠던 IT업체 직원 정모(30)씨가 그런 경우였다.

타미플루를 먹자 열은 며칠 안에 없어졌지만, 회사가 사무실을 소독하고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공지를 띄우자 주변 동료들로부터 '왜 그런 병에 걸려 말썽을 부렸느냐'고 핀잔을 들었던 것이다.

정씨는 "결국 유행성 독감의 일종인데 환자를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며 "지금도 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숨기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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